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통통한 빵 안에 옥수수크림이 가득 차 있던 옥수수크림빵은 내가 급식을 못 먹을 때 고픈 배를 달래주던 매점의 다정한 친구였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중학생 때와는 달리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급식을 하게 되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먹는 중식과 모든 교과 수업이 끝난 후 야간자율학습 시간 전에 먹는 석식 이렇게 하루에 두 타임을 먹게 됐는데, 매번 말일이 가까워 오면 영양사 선생님이 짠 한 달 식단표를 인쇄해서 나눠주었다. 나는 식단표를 받아 항상 먼저 살펴보며 급식을 못 먹는 날짜를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식재료를 표기해 주고 다른 조치를 취해주거나 하지만 그때는 못 먹는 건 그냥 안 먹으면 되는 때였기에 내가 못 먹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매달 두 번쯤은 그 아까운 밥을 먹지 못했다. 문제는 못 먹는 것 이상으로 냄새에도 역한 반응이 일었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메뉴가 카레였다.
친구들은 카레가 나오는 날이면 신이 나서 자기가 먼저 먹겠다고 급식소로 와다다다 뛰어가곤 했지만 나는 급식소 들어가는 길 옆에 붙은 매점으로 뛰어가 빵 하나를 사고 얼른 운동장 끝 벤치로 와다다다 달려갔다. 유난히 달리기를 못하는 나는 체력장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항상 21초 정도의 기록이 나왔었는데 아마 그때 시간을 쟀으면 17초 정도 나왔을 거라 생각이 될 정도로 재빠르게 급식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뛰었다. 한 손은 코를 막고 한 손에는 옥수수크림빵 봉지의 끝쪽을 덜렁덜렁 들고 있는 채로.
코를 막은 손을 풀고 킁킁. 아무리 멀리 갔다고 해도 어차피 학교 안이라 냄새가 안 날수야 없겠지만 아주 희미하게 나는 정도인 것을 확인하고는 옥수수크림빵의 봉지를 옆으로 찢는다. 그리고 통통한 빵 가운데 크림이 보이는 곳을 기준으로 반쪽을 잘라 한 입씩 베어문다. 내가 매번 옥수수크림빵을 선택한 이유는 매점의 빵이 전부 500원이라도 제일 실속 있는 빵이었기 때문이다. 우유나 음료수를 사 먹을 돈도 없어 빵만 먹는데 옥수수크림빵은 빵도 크림도 보드라워서 목을 덜 막히게 했다. 그렇게 열여덟, 열아홉의 나는 모든 학년이 급식소에서 맛있게 밥을 먹는 동안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빵을 먹었다.
그때 한 번쯤은 '사는 게 뭘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사유의 시작은 옥수수크림빵이었나.
학교와 급식소를 졸업한 대학생의 나는 매점이 아닌 편의점을 들락거리게 됐다. 편의점에는 학교 매점에는 없던 최첨단 기기가 있었다. 바로 전자레인지!
그 기기는 단 시간에 맛있는 것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곤 했는데 옥수수크림빵도 전자레인지에 15초 정도 데워먹으면 빵도 갓 구운 것처럼 따뜻해지고 크림도 살짝 녹아 빵에 스며들어서 더더욱 맛있었다. 처음 그렇게 먹었을 때의 기분은 허니브레드라는 메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먹어본 것과 비슷한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놀라움은 몇 번일 뿐, 편의점이 대중화되고 다양한 먹거리들이 생겨나며 옛날 간식들은 언젠가부터 내게서도 편의점에서도 잊혀 갔다.
이틀 전 출근길에 홀린 듯이 가지도 않던 편의점에 들렀는데 냉장 쪽 샌드위치를 보다가 바로 옆 진열대에서 옥수수크림빵을 발견했다. 와... 이게 얼마 만이야! 짧은 시간에 10대와 20대의 옥수수크림 파노라마가 흐르고 나는 하나뿐인 그 빵을 얼른 집어 들어 계산했다. 가격은 1700원. 500원을 주고 사 먹던 옥수수크림빵은 내가 스무 살을 더 먹는 동안 1200원을 더 먹었다. 아무렴 어떤가 맛만 그대로 여라!
출근해서 커피 세팅을 끝내고 전자레인지가 없지만 대신 오븐으로 약간만 데워 아이스커피와 함께 옥수수크림빵을 아침으로 먹었다. 물론 그 옛날 매점에서 사 먹던 회사의 것은 아니라도 얼추 비슷한 맛이 났다. 커피 한 잔에 빵을 다 먹고 나니 제법 배가 불렀다. 빵과 함께 추억을 맛보아서 그랬을까.
시대의 변화는 빠르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것도.
그래도 추억의 맛을 잊게 했던 곳이 추억의 맛을 되새기게 해주는 삶의 순환이 있어 재미도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울고 웃는 우리는 아마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 옛날 매점에서 사 먹던 회사의 것은 아니라도 얼추 비슷한 맛이 났다. 커피 한 잔에 빵을 다 먹고 나니 제법 배가 불렀다. 빵과 함께 추억을 맛보아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