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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Jun 09. 2022

세 자매 (Three Sisters, 2020)

가족이란 떼어낼 수 없는 서사.


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잘 찾아보는 편이다. 가족이란 떼어낼 수 없는 서사라서, 가끔은 웃을 일도 자주 화날 일도 있지만 아무튼 나도 그 안에 존재했고 존재할 사람이라서. 아마 그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민낯을 섬세하게도 드러내 불친절할지라도, 가족이니까.


항상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괜찮은 척' 첫째 희숙과 매일 기도를 한다고 하지만 이면의 모습이 있는 '완벽한 척' 둘째 미연, 그리고 자신을 쓰레기라며 늘 취해 있지만 '안 취한 척' 셋째 미옥.

'세 자매'는 김선영과 문소리만으로 힘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았는데 웬걸, 장윤주가 미옥이라는 옷을 입고 본인이 말하는 쓰레기 역할을 해낸다. 조금 놀랍다.


영화 <세 자매> 스틸컷


'문제적 자매들이 폭발한다'는 영화의 짧은 소개 글이 있었는데 사실, 문제의 시작은 어릴 적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희숙이 언제나 웃는 상으로 다 괜찮다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자학하는지, 왜 미연이 인내인지 가식인지 구별도 안 될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완벽해 보이려 애쓰는지, 왜 미옥이 진짜 사랑을 옆에 두고도 술과 군것질만 찾아대는지. 그리고 왜, 막내 남동생 진섭은 생일을 맞은 아버지를 향해 오줌을 갈기는지. 거슬러 올라간 시간 속에서 다문다문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영화 <세 자매> 스틸컷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마지막 가족이 모인 장면에서 변하지 않은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그러고도 웃어야 하는 세 자매가 아니라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세 자매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나도 안다. 폭력은 어딘 가는 남아 서서히, 영원히 짓누른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극단적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뉴스를 보아도, 주변의 이야기만 들어도.

그런 현실 속에서 어렸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잔재로 힘든 어른으로 자라지 않기 위해, 어른들의 세계가 이제는 좀 바뀌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영화 <세 자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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