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불만 고객에게 듣는 말 3종 세트가 있다.
"여기 불친절하네."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
"아 진짜 센스가 없어."
이런 말을 듣는 상황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을 들을 정도의 상황도 아니다. 보통은 고객의 입장에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일 때 들을 수 있다. 불친절해서, 융통성 혹은 센스가 없어서 듣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불친절과 융통성과 센스의 기준은 뭘까?
요즘의 카페는 보편적으로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방침이 있다. 디저트 메뉴를 어느 정도 준비해 두고 판매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외부음식 카테고리에 꼭 빵이나 쿠키 같은 디저트만 있지는 않다. 김밥이나 삶은 계란, 패스트푸드 등도 있는데 이런 것을 말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먹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냄새를 풍기며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중하게
"손님, 저희 카페는 외부음식 반입금지입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배가 고파서 사 왔는데 그럼 먹지 버리나?" 하며 따진다.
"그럼 저한테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어야죠. 게다가 내부에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다른 분들이 불편하세요." 고분고분 말씀을 드렸는데도 돌아오는 말은 이렇다.
"아이씨 여기 진짜 불친절하네."
심지어 쓰레기까지 아무렇지 않게 버려두고 간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면, 고객이 다섯 분 오셔서 커피 두 잔을 진하게 해달라고 주문하신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내려 서브해 드렸지만 이내 잔 세 개를 더 주고 커피가 너무 진해서 그러니 물도 따로 달라고 하신다. 나한테 진하게 해달라고 그랬는데 진하니까 컵도 물도 따로 달라고? 애초에 커피를 나눠 마시러 왔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그래서
"손님~ 요즘은 카페 대부분 1인 1 메뉴 주문을 해주시거든요."
좋게 좋게 말씀드리지만 내게 되돌아오는 말은 날카로워서 마음을 베는 듯하다.
"아 커피가 진해서 그러잖아. 누가 돈 없어서 그러나? 이 아가씨 진짜 융통성이 없네."
그 순간 나는 융통성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린다. 내가 융통성의 뜻을 모르던가? 융통성이 없던 사람이던가? 하면서 멍 때리게 된다. 참을 수밖에 없으니 참고 있다 보면 몇 시간 동안 앉아있던 다섯 분은 커피 두 잔을 나눠 마시고 나가시면서 주차 차량 등록을 5대 다 해달라고 하신다. 나는 커피를 5천 원 치 팔고 관리비는 더 내게 생긴 그 상황이 황당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파안대소를 한다.
어떤 날에는 아메리카노에 시럽 3 펌프를 넣어달라는 분이 계셨다.
"손님. 3 펌프면 많이 달 텐데 괜찮으세요? 일단 조금만 넣어드릴 테니 드셔보시고 더 넣으시겠어요?"
자신은 원래 달달하게 먹으니까 괜찮으니 잔말 말고 달라는 대로 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넣어드리니
"아 뭐야 3 펌프 아니지 이거? 내가 3 펌프로 먹는데 이렇게 안 달았는데? 이거 너무 달잖아! 이걸 나더러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성질을 내셨다. 이미 자신의 요구대로 만든 커피를 가지고 내게 따지던 손님은
"아 거참 센스가 없네 이 사람." 하면서 휙 가버린다.
분명 미리 많이 달 거라고 괜찮겠냐고 한 번 더 묻기도 했는데 내게 그 이상의 센스가 필요한 건가? 괜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일들이 한번 이상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친절과 융통성과 센스를 들먹거리며 화살을 쏟아부었다. 가끔 그런 태도를 너무 당연하게 보여서 내가 부족한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뉴얼을 중요시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매니저와 점장 경력만 합쳐도 10년이 넘는 내가 이럴 정도면 유연하게 넘기지 못하고 상처받고, 그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된다.
이 땅의 많은 감정노동자들은 티 내지 못하고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 하며 래퍼 아웃사이더가 되어 속사포 혼잣말을 한다. 나는 우리가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맞춰 살길 바라기보단 좋아야 좋은 거다 하는 매뉴얼을 기본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두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