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음료 가격의 일부인 겨우 500원을 말이다.
우리 카페의 핫음료와 아이스음료는 500원의 가격 차이가 있다. 보편적으로 가격 차이를 두는 이유는 얼음이 들어가고 그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가 먹는 전기나 물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 거지만, 내 매장은 핫과 아이스의 용량 차이도 있는 데다가 들어가는 재료 차이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분들도 더러 계시지만 내가 앞서 쓴 것처럼 설명을 드리면 보통은 이해하고 넘어가신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내 설명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손님께서 먹튀라는 신박한 방법으로 그 불만을 표한 손님이 계셨다.
어제저녁의 일이다. 하필이면 하루를 마감하는 때에 받은 마지막 손님이었다.
따뜻한 레몬생강차를 주문하시고 텀블러에 달라고 하셔서 받았는데 손님께서 내민 건 스테인리스 재질의 텀블러가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의 아이스 전용컵이었다.
뜨거운 음료를 담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담을 수 있다며, 담아봤다며 우기셨다. 하지만 거기다 뜨거운 음료를 담아 드렸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밑에 붙은 제품설명을 보여드리며
"이건 아이스만 가능하다고 써져 있네요."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좋게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아이스로 만들어서 담아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계산은 계좌이체로 하겠다고 하셔서
"레몬생강차 아이스로 레귤러 사이즈 4000원 이체해 주시면 됩니다. 현금영수증 하시겠어요?"
응대를 다하고 현금영수증까지 해드리고 정성껏 차를 만들었다.
마지막 손님이고 개인컵까지 주셨으니 라지 사이즈만큼 넉넉하게 만들어서 내드렸더니 손님은 인사도 없이 재빠르게 가버리셨다. 왜지? 영문을 모른 채 음료를 만들고 난 자리를 정리하고 휴대폰에 떠있는 이체 알림창을 봤더니 3500원이라는 금액이 보였다. 맙소사.
몇 번이고 화면을 뚫어져라 봤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500원 때문에 그렇게 도망치듯? 4000원을 현금영수증까지 해놓고?
이체 알림창의 3500원이라는 숫자를 보며 생각했다.
손님 말만 듣고 멋모르고 뜨거운 차를 그 컵에다 담았었다가는 정말이지 대참사가 났겠구나 하고. 카페 관리자로 일을 할 때 블랙컨슈머를 당해본 적이 있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과정과 결과를 본인이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500원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500원으로 억울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데서 화가 날 뿐이다.
나는 겨우 500원 먹튀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먹튀 사례는 뉴스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시대. 아아 자영업이 이렇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