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0년 가까이 가족으로 살고 있는 구름이는 우리 집에 올 때부터 몽실몽실 퐁신퐁신 솜뭉치 같아서 구름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 나름 장수하고 있는 노견이지만 내 눈엔 여전히 하얗고 귀여운 아기 같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내게는 무심하게도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라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기만 하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도 해를 거듭할수록 다른데, 당장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의 주름이 매일 다른데 개의 입장에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평균적인 수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사람의 하루는 반려견에게는 꽤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반려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지내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날마다 상태가 다른 구름이를 보면서 감히 가늠을 하다 보면 별안간 서글퍼진다.
사진첩에는 당연하게도 가족들의 사진이 많다. 좁은 집에서 우당탕탕 시끄럽게 지내는 개와 고양이들. 구름이는 그중에서도 첫째라 나에게 조금 다른 의미의 친구다. 부모가 첫째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른 아이들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현관에 들어서면서 나는 구름이의 이름부터 부른다. 다리가 아파 빨리 움직이지 못하는 노견이라 뛰어나오는 속도도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지만, 나는 일부러 구름이부터 쓰다듬고 안아준다. 둘째부터 다섯째까지, 동생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혼자 받던 사랑과 관심을 나눠 받고 지내 온 구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기 때문이다.
노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토록 애달픈 일이다.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눈도 가고 손도 가는 일이다.
나는 구름이가 나이 들면서 보이는 변화에 적응하느라 힘든 중이다. 보는 내가 힘든데 말도 못 하는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뒷발로 몸을 지탱하고 앞발을 들고서 '주세요' 애교를 자주 보였던 구름이는 뛰지 못한 지가 오래다. 그나마 걸어 다니기는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걷다가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한다. 다리가 많이 불편한 날에는 자다가도 물이 마시고 싶다거나 소변이 마려울 때 끙끙 소리를 내어 나를 깨운다. 잘 때 다른 소리를 못 듣는 내가 끙끙 도와달라는 그 소리만큼은 바로 듣고 일어나 구름이를 안고 거실로 나가 물을 먹이거나 배변패드에 모셔다 드린다. 나이가 들어 이빨도 거의 다 빠져서 물을 마실 때 반은 흘리는 편이라 비몽사몽 중에도 뒤처리가 중요하다.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고, 물그릇 주변까지 닦고 방 안으로 들어오면 그제야 둘이서 나란히 누워 고요하게 잠이 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침이 잦아졌고, 눈곱도 자주 낀다. 충혈까지 심할 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약을 자기 전에 넣어줘야 한다. 내가 며칠씩 다른 지역으로 다녀올 때에는 나를 기다리다가 눈물을 많이 흘려서 눈가에 눈곱이 가득하지만, 엄마가 손대는 건 어느 정도까지만 허락하는 구름이라 내가 돌아와서 깨끗하게 닦아주곤 한다. 그때 나에게 안겨서 아련한 눈빛 발사를 하며 '누나 왜 이제 왔어'하는 표정을 보면 모든 일을 다 접고 집에서 이 아이만 보고 있고 싶어 진다. 엄마는 그런 구름이를 보면서 사람 차별을 한다고 웃지만 나는 그저 애잔하다.
원래도 잘 먹던 구름이는 나이가 들수록 밥 먹은 걸 잊기라도 하는 듯이 먹는 게 보이면 그게 무엇이든 먹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가벼워진다. 손으로 몸을 쓰다듬으면 이젠 살보다 뼈가 만져진다. 그래서 엄마는 정기적으로 닭고기와 브로콜리, 단호박, 당근을 넣은 보양을 위한 수제 간식을 만들어주신다. 지금 우리 집 식구들은 구름이가 먹을 수 있는 한 먹고 싶어 하는 것들을 주려고 하는 중이다. 발랄했던 구름이의 세월이 흐른 현실을 받아들이면 또 한없이 속상해진다.
그래도 대소변을 잘 가리고 배변활동만큼은 네 마리의 동생들보다도 훌륭하다. 우렁차게 짖는 소리만 들었을 땐 동생들보다도 오래 살 것 같다. 피부도 부분적으로 안 좋아지는 게 보이지만 아직은 하얀 눈밭 같고, 눈동자가 약간 뿌옇게 변했지만 아직은 나를 알아본다는 점에서 천만다행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 번은 잠들어있는 자기를 부르는데도 세상모르고 조용히 잠들어 기척이 없는 구름이를 보며 내 심박수가 점점 빨라지는 걸 느낀 적이 있다. 호흡을 체크하기 전까지의 짧은 순간에 '아.. 어떻게 하지.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굉장히 평온하게 쌔근쌔근 자는 걸 확인하고는 찰나에 무너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불안과 두려움이 내도록 우리 집 천장에 둥둥 떠다니며 공존하는 것 같다.
구름이는 앞으로도 하루하루 다를 예정이다. 늙는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하며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구름이의 속도에 비하면 내가 거울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리로는 알면서 이게 또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내 욕심이 너무 큰 걸까. 우리 구름이 곧 스무 살인 것 치고는 건강하니까.
엎치락뒤치락. 아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