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온, 오프라인으로 분주한 사람들과 달리 나는 그저 내 카페 오픈을 하고 처음으로 쉬는 꿀 같은 일요일이었다. 그동안 오픈 준비로 바빠 구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었는데 그날은 종일 집에서 나란히 누워 잠만 잤다.
오후 5시경 다음 날 장사를 위한 준비 때문에 잠시 매장에 나갔다가 7시경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저녁상을 치우자마자 구름이는 처음 듣는 비명을 지르더니 온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졌다. 눈빛도 멍해지는 느낌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생기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처음엔 놀라기만 했는데 상황이 파악되니 왈칵 눈물부터 쏟아졌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응급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을 검색해서 전화를 하고 병원에 갔다. 우리 구름이처럼 응급상황인 노견 친구가 먼저 진료 중이라 구름이는 나와 엄마에게 번갈아 안겨가며 대기 중이었다. 그 사이 다행히도 축 늘어졌던 몸에 힘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엄마와 나를 향하는 시선이 감사하게도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접수가 끝나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구름이 차례가 왔다. 일단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저녁에 있었던 상황과 평소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검사가 시작됐다.
검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이 가까워오지만 아직 대소변도 잘 가리는 구름이가, 먹는 모습을 보거나 짖는 소리만 들으면 몇 년은 거뜬하게 살아낼 것 같은 구름이가, 나랑 나란히 누워서 꿀잠을 잤던 구름이가 왜,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니 자꾸만 눈물이 났다.
떨구는 눈물 방향으로 내려다보니 크록스가 보였다. 여름철에 샌들과 슬리퍼를 대신해서 신던 그것을 한파주의보가 내린 이 겨울날에. 고갤 돌려보니 엄마 역시 크록스를 신고 있었다. 우리 집 현관문을 열기 전 손을 뻗어 가장 쉽게 챙겨 신을 수 있는 크록스가 엄마와 내가 얼마나 급한 상황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신발에 발이 얼 것 같이 차가워도 아무렴 괜찮았다. 구름이만 괜찮다면 정말 다 괜찮을 것 같았다. 검사하러 들어가서부터 내내 짖고 있는 구름이가 걱정됐다. 낯선 상황에 많이 두렵겠지. 저녁도 먹기 전에 나왔는데, 저러다 기운 더 빠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구름이 보호자님!"
검사를 끝낸 구름이가 선생님께 안겨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구름이는 노견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할 정도의 몸 상태일 뿐이었다. 오늘 있던 증상은 검사 결과와 맞물려 병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검사 결과의 수치들을 보면 일단 큰 문제가 없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신경도 안 쓰고 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검사가 끝난 구름이에게 얼른 물부터 먹였다. 배변패드를 깔아주니 아직은 다리에 힘이 없는 듯 주저앉았다. "그럼 일단 집에 가자. 고생했으니까 집에 가서 맘마 먹자."
구름이가 추울까 봐 담요에 폭 싸서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강아지가 있다고 태워주질 않았다. 처음으로 내가 운전이 무서워 면허를 따지 않은 사실에 화가 나고 서러웠다. 겨우 콜로 부른 기사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택시를 탔다.
구름이는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동그란 눈이 다시 초롱초롱했다. 담요에 싸여서 안긴 구름이를 보면 아직도 이렇게 애기인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네 발로 서서 물을 잘 마시고, 소변도 본 구름이는 저녁 사료도 맛있게 먹었다. 매일 보던 이런 장면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당연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제 매일 죽음이라는 종류의 불안함을 갖고 살아야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정말 피로한데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구름이가 잠든 것을 보고도 맨 입에 맥주 세 캔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들었지만 새벽 중간중간 구름이 상태를 체크했고,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오랜만에 에너지 드링크도 마셨다.
나는 가족 앞에서 처음으로 꺼이꺼이 목청이 터져라 울었다. 우는 나를 보고 세 살 조카가 "이모 왜 울어?" 하는데 조카의 물음에 답을 해주지 못한 것도 처음이었다. 엄마가 입술을 떨며 우는 모습도 보았다. 어제의 눈물은 16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 본 이후로 내가 본 엄마의 두 번째 눈물이었다.
엄마와 내가 흘린 눈물의 온도가 구름이에게 전해져 따스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바쁘고 정신없더라도 구름이를 한번 더 부르고, 한번 더 안아줘야겠다. 그 온기로 아프지 않게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이 그거 하나면 될 것 같다.
세상의 많은 친구들이, 가족과 함께 더 오래오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