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밝았다. 2026년 새해가.
나는 새해와 함께 내 나이 앞자리 숫자를 ‘3’에서 ‘4’로 갈아 끼웠다.
맞이하고 만 것이다.
‘마흔’!!!!
(이라 쓰고 만 38세라 읽는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함과 막막함, 부담감 등등이 마구마구 몰려온다. 오히려 그때는 20대를 후련하게 벗어던지고 앞으로 펼쳐질 30대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과거의 나야.. 많이 놀랐지..?
이렇게 30대를 보냈을 줄은 몰랐지?!
미안하다..!
때가 때이니 만큼 30대로 보낸 지난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와중에 유튜브 10초 뒤로 넘기기보다 비디오 되감기 버튼을 누르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며.. 이렇게 또 한 번 나이를 실감한다.
30대의 큼직한 사건들을 떠올려본다. 아무도 없는 중국에서 홀로 두 달을 살았던 용감한 시절도 있었고, (그땐 '한 달 살기'라는 개념도 없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로그램으로 내 방송작가 이력에 커다란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조직 생활을 하기엔 너무 뻣뻣했던 나머지 부러져보기도 했다. 직업은 방송 작가에서 회사원으로, 회사원에서 바리스타가 되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인연을 들이고, 그 인연들이 놓아지기도 했으며, 또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30대라는 시간은 나를 조금씩 다지고 다듬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말랑한 찰흙 덩어리를 수없이 주무르고, 두드리고, 문질러서 하나의 모양을 만들듯이.
그 모양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일까.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던 ‘나’라는 존재가 조금은 선명해진 것 같다.
나에 대해 모르고, 어쩌면 관심이 없었던 30대 초반. 그야말로 ‘찰흙 덩어리’였던 시절. 사회생활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말과 의견에 나를 맞추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나이와 연차가 쌓일수록 세상은 자꾸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네 생각은 어때?”
“뭘 좋아해?”
대답은 미룬 채 그저 세상이 말하는 대로 이리저리 치대지고, 굴려지기만 했다. 그들이 필요한 모양으로 빚어지는 게 정답인 줄만 알았으니까. 날 정답으로 빚어줄 무언가를 그저 기다리기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상도, 나조차도 나를 당연히 ‘오답’으로 여겼고, 그런 나를 사랑하긴 쉽지 않았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덩어리로 굳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내가 내 모양을 빚어야 하는 거구나.
그래서 뒤늦게 부랴부랴 빚어봤는데.... 흠.
지금 빚어진 내 모습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이 상태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왜냐면 이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뭉개버리고 다시 빚으면 된다.’
비록 이제 40대라고 할지라도.
가마에 구워버리기 전까지 모양을 바로 잡을 기회는 언제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