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짜리 인재

by 김연경

사람들은 말한다.

“받은 만큼만 일해라.”


나는 대답한다.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많은 카페 알바들이 그렇듯 나는 기본 시급을 받고 일한다. 기본 시급에 하루 4시간 5일 근무니까 주휴수당 포함해서 내 월급은 100만 원 정도.


하지만 요즘 깨달은 게 있다.

나의 일에 대한 열정은 월급과 비례하지 않는구나.


평소엔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매사 귀찮음으로 일관하는 나. 이런 내가 경주마마냥 앞만 보고 질주할 때가 있다. 바로 '일할 때'.


일할 때만큼은 열정의 대명사 유노윤호 저리 가라다. (제 나이대 열정의 대명사는 유노윤호인데.. 요즘은 누구인가요..? 헷.)


사회초년생 때는 주변 사람들이 내 의욕만큼 안 따라주면 답답하기도 하고, 눈에 훤히 문제와 해결책이 보이는데 손 놓고 있는 상사가 이해 안 되기도 했다. (이제는 안다. 열심히 제대로 하는 것만이 회사생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몸과 마음을 갈아가며 일하고, 지쳐 나가떨어져서 결국 카페 4시간 알바 자리에 있는 나. 그런데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했던가. 알바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자꾸 ‘뭐 할 거 없나’ 레이더를 돌린다.


“아, 또 뜨거운 물 안 나오네.”


날씨가 추워지면서 싱크대에 온수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이 카페에서 일한 지 1년이 된 여사님은 ‘여기 보일러가 작아서 겨울이 되면 온수가 안 나온다.’고 하셨다. 뽀드득하게 씻기지 않는 컵과 기물들이 신경 쓰였지만, 보일러 문제면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 카페 단톡방에 사장님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매니저 휴무를 대신해 사장님이 출근한 날이었다. 싱크대 온수기 코드가 접촉 불량이라 잘 꺼지니, 혹시 문제가 계속되면 멀티탭을 새로 주문하라는 것이었다. 사진까지 찍어 올려주셨다.


메시지를 보고 생각했다.


'아, 보일러가 아니라 온수기였어? 코드만 잘 꽂으면 되는 거였어?'


다음 날, 같은 메시지를 본 나와 여사님, 매니저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 여사님은 ‘무슨 소리야. 겨울마다 물 안 나온 지 한참 됐어. 보일러 때문에 그런 건데.’ 하며 사장님이 뭘 모른다고 했고, 매니저는 메시지를 본 건지 만 건지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고쳤다.


마감하느라 혼자 근무하던 시간. 아무래도 온수기가 신경 쓰여 사장님이 말한 멀티탭을 살펴봤다. 멀티탭은 구멍마다 스위치가 달린 4구짜리였고, 온수기 코드가 꽂힌 쪽 스위치가 자꾸 저절로 꺼졌다. 코드를 빼보니 코드가 매우 뜨거운 상태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구멍 자체 문제일 수도 있고, 과열돼서 꺼지는 걸 수도 있겠구나.’


나는 비어있는 다른 구멍에 코드를 꽂았다. 그리고 온수를 쓰면서 스위치가 내려가는지 살폈다. 이번에도 꺼지면 이건 온수기 문제다 생각하면서.


하지만 다행히 스위치는 내려가지 않았고, 그렇게 한참 방치된 온수 문제가 해결됐다. 비어 있는 다른 구멍에 코드를 옮겨 꽂은 것만으로도.


다음 날, 여사님이 말했다.

“오늘은 웬일로 뜨거운 물 잘 나오네?”


나는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매니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또 궁금해진다.

받은 만큼만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멈추는 걸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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