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라.
그게 어렵다면, 카페에 들어갔을 때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어떤지 살펴보라.
대개 20대의 젊은 사람일 것이다.
만약 카페를 들어갔는데 좀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사장님인가?’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카페 알바를 뽑는 공고를 보면 나이 제한을 20대로 두는 곳이 많더라. (혹시나 하고 스윽- 이력서를 밀어 넣어봤지만, 역시나 광탈!)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카페 사장님들도 많다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만큼 카페 업계 연령층이 높지 않다는 것.
이런 현실에 서른의 끝자락, 37살에 처음 카페 일을 시작했다는 건 어쩌면 정말 운이 좋은 거였다. 두 번의 이직을 통해 지금 카페의 알바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첫 번째 일했던 카페에서는 오히려 어린 편에 속했다. 동네 카페였지만 지점이 몇 개 있었던지라 정직원 바리스타만 10명 정도 됐는데, 대학생이었던 알바생들을 빼면 카페에서 내가 거의 막내급 직원이었다. 30대 후반에 다시 만난 막내 세계.. 꽤 달콤했더랬지.
두 번째 일했던 카페에서는 역시나 최고 연장자였다. 점장님도 나보다 6살이나 어렸고, 가장 어린 직원과는 11살 차이가 났다. 덕분에 늘그막(?)에 방탈출도 해보고, 유행하는 간식들(젼언니 젤리, 벽돌 초콜릿 등)도 먹어봤다. 퇴사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네 친구가 되어 신문물을 체험시켜 준다.
이런 환경 덕분이었을까, 30대 후반에 카페 일을 하면서도 ‘나이에 맞게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이 별거 아니네, 편견에 비해 현실은 관대하네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에 대한 관대함은 서른아홉에서 끝나는 거였나? 아니면 이 카페가 꼰대인 건가.
평생 못 듣던 나이와 결혼 얘기를 밥 먹듯이 들었다.
매일 머리를 묶고 일하다가, 출근길에 머리를 푼 모습을 보더니 누군가 “머리 그렇게 하니까 아가씨 같네~”라고 하셨고..
새로 생긴 국밥집 손님이 죄다 50대라는 얘기에 뜬금없이 “연경님도 얼마 안 남았네요” 시전.
자취하면서 밥 해 먹는 게 제일 귀찮다는 말에는
“아~ 그래서 결혼 못 했나 보다.”
띠용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의 눈알은 내 시선을 피하느라 바빠졌다.
이 말들, 회사에서 들었으면 100%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감 아닌가.
칭찬도 세 번 들으면 지겹다는데 반복되는 나이와 결혼 얘기가 달갑지 않았다. 아니 최소한 맥락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기승전나이, 기승전결혼이 웬 말.
혹시 여기.. 조선시대인가요?
발끈하면 영포티 소리나 들을 거 같고, 웃어넘기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이를 악물고 욕을 씹어 삼키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결혼 안 한 40대 카페 알바생’이라는 포지션이 그렇게 특이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쯤 되니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 아무리 세상이 달라지고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 안 바뀐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지.
나이 많고 결혼 안 한 여성에게 소위 ‘기세다’, ‘히스테리 부린다’는 수식어가 공식처럼 붙는다. 부끄럽지만 나도 한때는 그 공식과 편견에 동의하는 사람이었고.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서 보니 알겠다.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선빵을 겁나 날린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내 삶이 ‘내가 원치 않을 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버리겠더라.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세상보다 더 거센 물살과 굵은 물줄기가 되어야 했다.
이제 막 40대라는 흐름에 올라탄 나.
아직은 버거운 세상의 파도를 두 다리로 겨우 버티며
커피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