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젊음을 잃고 대신 얻은 것들

by 김연경

39살이던 작년부터 40살이 된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나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뭐라도 해보자 하며 시작한 브런치였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글을 쓰느라 나이를 더 의식하고 살아서인지, 아니면 이 나이가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이무새’가 되어버린 것.


대학교 때 유행하던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것을 보며 신기함과 함께 “오래 살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오랜만에 산에 오르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드는 생각은 ‘옛날엔 이렇지 않았는데..’였다.


요즘 주로 나보다 6살 이상 어린 동네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데, 내가 나이나이 거릴 때마다 ‘또 시작이네..’라는 말을 대신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면 미안하다. 하지만 어떡해.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여기서 “너네도 내 나이 돼봐.”라는 말까지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나는 정말 내가 너무 싫어질 것 같다. 흑흑)


어느 날은 그 동네 친구의 질린 듯한(*내 생각이긴 하다.) 표정이 유독 마음에 들어와서 아, 이제 나이 이야기는 진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만해야지 하면 더 하게 된다.


이런 내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걸까. 알고리즘까지 가세해서 나이나이 노래를 불렀다. 하루에 얼굴 여기를 몇 번 문지르면 동안이 된다든가, 50대인데 최신 유행하는 춤을 추며 젊게 사는 모습이라든가, 40대가 20대처럼 옷 입는 법이라든가..


물론 간혹 무리수를 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외모든 에너지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나이보다 훨씬 젊게 느껴졌다. 댓글로 많은 사람들이 세월을 거스른 모습을 찬양하며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 나도 댓글은 안 달았지만 비슷한 생각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무시하고 이렇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니!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이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젊음을 동경하고 갈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젊음을 잃은 모습에 살짝 마음이 무거워지기까지 한 것이다. 엥 뭐야, 이렇게까지 간다고?


이지경이 된 나를 자각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는 건 나쁘기만 한가?’


그동안 내가 인식하고 있는 나이 듦은 무언가를 ‘잃는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예전보다 탄력이 떨어진 피부, 예전보다 좋지 않은 신체 능력,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느낌 등..


하지만 동년배들이여. 이쯤 되면 다들 알지 않는가.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다는 것을.


어둠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빛이 있고, 선이 있다면 악이 있듯이, 잃은 게 있으니 분명 얻은 것도 있을 것이었다. 예를 들면 세상을, 또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눈, 인연이 아닌 것을 알아채고 놓아줄 수 있는 감각,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마음의 평화 같은 것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


그렇게 20대와 30대에 머물러 있던 마음을 조금씩 40대로 데려와보려 한다.


누군가 “그래서, 다시 20대로 돌아가라면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나는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아니.”


아직 완벽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젊음이 빠져나간 자리에 꽤 괜찮은 것들이 채워지고 있으니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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