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는 월 200 벌어도, 좋아하는 일이라 행복하다고 말해요.
“00님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뭐에요?”
나만의 ‘이키가이’ 찾기. 솔직한 내 욕구 들여다보기. 직업 가치관.
24년 연초 아침, 갑자기 팀장님의 메신저가 팀 톡방에 울려퍼진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연말 겸 연초 면담 시작 기념으로,
‘이키가이’를 기반으로 논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키가이가 뭐야? 이런걸 왜 해야하는거야….”
24년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00님은 롤모델이 누구에요?“
“월에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 것 같아요?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을 위해 일해요?“
동료들의 답변은 다양했다.
“월 600 벌면 행복할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은퇴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일해요.”
“아무래도, 싫어하는 일이어도, 가장 중요한 건 돈이죠.”
팀장님이 대답했다.
“사실 저는 파이어족이에요. 이 회사를 합류하기 전에 자동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뒀고,
그럼에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것의 가치를 중요시여기고 함께하고 싶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했어요.“
매일 새벽 4시까지 일하시던 팀장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놀라웠다.
’그래, 저 원동력은 자발성과 집요함, 본인의 고집에서 나오는 것이야.‘라고 생각했어도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음에도 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분의 이야기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제 친구 중에는, 월 200 벌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팀장님이 굉장히 행복해보이셨고,
그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팀장님의 얼굴이 겹쳐 떠올라 상상이 되었다.
—
그때 깨달았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구나.
일과 나의 욕구를 너무 분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동료들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말과 나의
과거 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첫 1년차의 나는, 월급이 작아도 행복했다.
하고싶은 일이었고, 동료들과 협업하는 일이
재미있었으니까.
하지만 이후 1년의 나는, 월급이 올랐음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하기 싫은 일이어도, 큰 프로젝트 속에 내 의견은 절대 없는 부품 같은 일이어도,
‘해야하는 일이니까’ 하며 생각을 삼키기만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오른 월급으로 그 돈을 허투루 쓰기만 했을 뿐이다.
마음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기에, 일한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로
길을 가다 보이는 모든 예쁜 옷, 맘에 드는 화장품 등 것들을 구입해 외적인 나를 가꾸기에 급급했다.
—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과, 퇴근하고 이루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동떨어져있으면 안되어요.”
팀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인간은 한번에 두가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퇴근하고 이루고 싶은 일이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과 너무 달라지는 순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져요.
‘회사에서 하는 일을 퇴근하고도 활용할 수 있게 최대한 배워야지’, 라고 생각해야해요.“
맞는 말이다.
“00님은 뭘 하고 싶어요?”
팀장님께서 여쭤보셨다.
“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요. (이런 권고사직과 같은 일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도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답했다.
“진짜 ‘안정’이란 뭐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이, 사실은 평생을 살아가기엔 부족한 돈이기에 불안정일 수도 있잖아요.“
팀장님께서 이야기하셨다.
그때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안정이란, 그저 따박 따박 월급 나오고, 잘리지 않는, 그런 직업이었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처럼.
하지만 그러면 퇴근 후의 이상과 회사에서의 현실의 간극 때문에 나는 또 괴로울 것이 뻔했다.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나의 롤모델인,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함에서 오는 원동력과 긍정적인 영향력에 끊임없는 에너지를 얻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CEO이자 가수, 유튜버, 아트 디렉터인 ‘걍밍경’을 떠올렸다.
한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때 처음으로, 죽음과 삶의 유한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답했다.
“저는 그림도 그리고 싶고, 사진 찍은걸 포스터로 만들어 팔고 싶기도 하고, 예쁜 공예품을 만들어서 소품샵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상을 기록하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책도 써보고 싶어요. •••”
“가족들이랑 평안하게 시간 보내면서 언제 어디서든 일해보고 싶어요.”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고 싶어요.”
아마 생각나고 떠오른, 그동안 꾹꾹 눌러온
버킷리스트나 이상, 희망같은것들을 토해내듯 말했을 것이다.
개인 면담때 팀장님께서 나에게 추천해 주신 책은,
두고 두고 읽고 여행가서도 읽고 고향에 내려가서도 마음 속과 책 위에 밑줄을 치며 읽었다.
책 이름은,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였다.
그렇게 나는 더 큰 가능성을 위해
처음 입사 시 목표했던 연봉 계약서를 받고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