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직장 동료, 그레이에게서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닌 것들이 참 많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한 말이다. 대학교 새내기 때 이 문장을 처음 접하고 나서부터, 이 문장은 뇌에 깊숙하게 박혀버렸다. 특히 새롭고 낯선 것을 마주칠 때, 내 뇌는 이 문장을 자동 완성시킨다.
처음 직장 면접을 갔을 때 벌벌 떨리던 손이 아직도 기억난다. 붙어도 그만, 안 붙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카톡으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손이 떨렸다. 생각보다 많이 걱정되었고 떨었었다. 그때 이 문장이 정말 신기하게도 계속 떠올랐다. 계속 되뇌었다.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해보면 별 거 아니다. 그 문장을 되뇌자 아쉽게도 손이 떨리지 않는 마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별 거 아닌 걸로 생각하니까 마음은 편해졌었다. 면접은 나쁘지 않았고, 지금은 면접 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금은 퇴사했다.)
내가 생각하는 '별 거 아닌' 게 무엇이기에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던 걸까. 사전은 '별 것'을 드물고 이상스러운 것 혹은 특별한 것이라 정의하던데. 내게 드물고 이상스럽지 않은 것, 특별하지 않은 것이 뭐기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 걸까.
그냥 그려요, 그냥 써봐요.
직장 동료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냥 그리라는 말, 그냥 써보라는 말. 그림을 배우며 그리고 싶다는 나의 말에 직장 동료는 그렇게 말했다. 그냥 그려요. 정답이다.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 된다. 기술보다는 기획을 해보고 싶다는 말에 직장 동료는 그렇게 말했다. 그냥 써봐요. 정답이다. 기획하고 싶으면 글을 쓰면 된다. 참 단순하지만 사실이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그냥 그리면 되고, 그냥 쓰면 된다. 시간이 없어서, 기회가 안 되어서, 라는 말은 솔직히 거짓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 서툴고 모자란 나를 보고 싶지 않은 내면의 겁이 자꾸 시작을 미루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리기로, 나는 쓰기로 한다. 그리는 건 아직 무서우니까 잠깐만 휴식을 걸고, 쓰는 건 당장 해보기로 한다. 무엇을 쓸까 하다 내 뇌 속에 박힌 문장과 이 글을 쓰게 만든 말을 쓴다.
하기나 해.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재밌게 즐기자고 그냥 하기나 해
끝으로 그레이의 하기나 해를 듣는다. 결국 답은 그냥 하면 된다. 별 거 아닌 일도, 별 거인 일도, 그냥 하면 된다. 생각대로 되는 일 정말 없으니까 그냥 하면 된다. 그냥 생각하고, 그냥 그리고, 그냥 써본다. 별 거인 일이 별 거 아니게 될 수도 있고, 별 게 될 수 있다. 뭐 아무렴 어떤가. 별 거든, 별 거 아니든, 겁먹지 않고 했다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