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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long Journey(人世間, 2022)

인세간, 런쓰지엔(人世間, rénshìjiān)

by 김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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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횟수 : 58회

감독 : 李路

남주 : 레이지아인(雷佳音, Léi jiāyīn)

여주 : 인타오(殷桃, Yīn táo)


이 드라마는 중국의 북방 도시에 사는 조(周, zhōu)씨 집안의 3대가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개혁개방이 가져온 중국 사회의 50년간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삼 남매 조빙이(周秉義, zhōubǐngyì), 조롱(周蓉, ), 조빙쿤(周秉昆, zhōubǐngkūn)의 삶을 서술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묘사해 보여준다.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탄탄한가 했더니, 원작 소설이 있었다. 원작은 양효성(梁曉聲)의 장편소설 <인세간(人世間)>인데, 이 소설은 중국 문학계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마오둔(茅盾)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감독이 소설을 읽고 여러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고는 '이게 내가 바로 찍고 싶은 작품이다'하고 이 드라마를 만들었단다.

거기다가 주연이고 조연이고 죄다 연기가 짱짱하다. 연기파 배우의 총집합이라 할 만한다. 디즈니가 리메이크 등 각종 권리를 포함한 판권 계약을 사들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주 볼만하다.


중국의 현대사

중국의 현대 역사 좋아하시는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사는 중드와 영화를 통해서 배운 것이다. 이 드라마, 중국의 현대사를 주인공 한 사람의 시선으로가 아니라, 세대별로, 남녀별로, 정부와 서민의 각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전방위로 보여준다. 조(周)씨 집안의 삼남매가 살아가는 이야기지만, 마치 상중하로 된 두꺼운 중국 역사책을 읽은 것 같은 묵직하고 뿌듯한 느낌이 든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보신 적 있는지? 2시간여의 영화 안에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 대혁명 같은 중국의 굵직굵직한 핵심 현대사가 다 들어가 있는데, 이 드라마도 중국의 핵심 현대사를 요약해서 보는 느낌이다.

영화 <인생>은 중국 현대사의 비극을 희극적인 대사로 영화가 무겁지 않게 처리했다면, 이 드라마는 세 남매가 각자의 짝과 사랑하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깔아 역사적 배경을 무겁지 않게 처리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보이는 중국 역사는 문화 대혁명(文化大革命), 지청(知青), 개혁개방(改革開放), 국기개혁(國企改革), 텐안먼 사건(天安門事件) 등이다.

70년대 말부터의 50여 년간,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지금의 중국이 있나 궁금하시다면 이 드라마 완전 추천한다.


둘째 딸 조롱(周蓉)의 스뻔(私奔) 私奔[sībēn]명사 1.사랑의 도피./동사 1.남녀가 사통하여 몰래 도망치다.

조 씨의 딸 조롱(周蓉)은 정말 간덩이가 크다. 뭐, 난 그게 마음에 들긴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할 때의 시대적 배경은 문화 대혁명시기의 끝쯤인데, 즈칭시아샹(知青下鄉, zhīqīng xià xiāng)이라는 정치 운동으로 도시의 지식청년들이 시골로 가는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책상 한 집안에 한 명의 자녀를 제외하고는 다 시골로 가야 했다. 조씨네 아버지는 둘째 딸을 집에 남기고 두 아들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딸은 흠모하던 시인이 있었다. 그 시인이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재교육 중이었는데, 그녀는 엄마아빠 몰래 그를 찾아 몰래 깡시골로 떠나버린다. 이게 바로 스뻔(私奔, sībēn)이다. 부모의 허락 없이 사랑하는 남자와 도망치는 행위.

이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 시청자들은 조롱(周蓉)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세상물정 모른다고 미워들 했다. 나는 그녀가 부모나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쪽이 아니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자기 생각대로 이끌어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바로 그녀처럼 세상 물정 나 몰라라 하며 이기적으로 살고 있어서 그녀를 이해하는 것인지도.

그녀는 여차한 사정으로 딸 펑위에(馮玥)를 막냇동생 빙쿤(秉昆)의 집에 맡겨 키우게 되는데, 그렇게 떨어져 살다 보니 딸과의 관계가 서먹해진다. 딸은 엄마를 남 대하듯 한다. 그러다, 딸이 사촌오빠 난난(楠楠)을 사랑하는 걸 들키게 되는데, 이걸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사건을 계기로 '역시 내 엄마'하고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엄마 조롱은 딸아이가 사촌오빠를 사랑하게 된 것을, 딸아이가 커서 이제 사랑도 하게 되었다고 인정해 준다. 그건 참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사실 사촌오빠는 숙모가 시집오기 전에 뱃속에 넣어온 아이라서 혈연관계가 없다.


딸 펑위도 문학가 엄마의 핏줄을 타고났는데, 사촌 오빠 난난(楠楠)이 자신과 사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며, 일기에 적은 대목이 이렇다.

'프랭클린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물다섯 살에 죽고, 일흔다섯 살이 되어서야 묻힌다고 했다. 나 펑위에가 대다수 중의 한 사람이 아닐 줄 어떻게 알았겠나. 나는 16살에 죽었는데, 슬프게도 언제 묻힐지 모른다.' (富蘭克林說大多數人死在了二十五歲等到七十五歲才埋。沒想到我馮玥既然不是大多數中的一個。我死在了十六歲,可悲的是不知何時埋。)

딸 펑위의 사랑이 좌절당한 것이 바로 16살이다.


주인공은 막내아들, 빙쿤(秉昆)

사실 주인공은 막내아들 빙쿤(秉昆)이다.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막내아들 빙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가장 평범하고 비천한 삶을 살았지만, 가장 도리를 다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남과 누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형은 정치가로, 누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는데, 빙쿤은 배운 것이 적지만, 부모님 곁을 지키고, 누나의 딸을 돌보며 누구나 돌아올 수 있는 가정을 지켰다.

빙쿤(秉昆)과 쩡쥬엔(鄭娟)의 사랑이야기도 아주 감동스럽다. 빙쿤(秉昆)이 사랑한 쩡쥬엔(鄭娟)은 그냥 동네 평범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남편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당했고, 뱃속에는 그 남자의 아이가 아니라, 남편과 어울려 지내던 건달의 아이를 임신해 있었다. 이런 복잡한 사연의 쩡쥬엔(鄭娟)을 빙쿤(秉昆)은 어쩌다 사랑하게 되었을까?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기를. 정말 멋진 작품이다.

참고 :

1. https://zh.wikipedia.org/zh-tw/人世间_(电视剧)

2. https://web.archive.org/web/20220514201500/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16443579

3. 읽어주는 소설 들을 수 있는 곳 : https://www.youtube.com/watch?v=Z3fRUfbQUt0&list=PL1LmM9grlY-TSK66vNS_-3tkbm7kTl8B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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