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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17. 2024

炒飯(chǎofàn)

  챠오판(炒飯)은 볶을 초(炒), 밥 반(飯)의 한자가 쓰였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볶음밥'이라는 뜻이다. 당신이 이걸 은어로 쓴다면 무슨 뜻으로 쓰겠는가? 왜 무슨 이유로?

  챠오판(炒飯)의 또 다른 뜻을 알고는 "볶음밥이 먹고 싶어(想吃炒)"라고 말해야 될 때면 어찌 송골송골하던지. 나는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거기다 상상력까지 좋아서. 


  당신이 궁금하도록 챠오판(炒飯)의 또 다른 뜻은 마지막에 알려주기로 하고, 먼저 챠오판(炒飯)이 중국의 유투버 스타를 곤란으로 빠트린 사건부터 이야기하기로 한다. 


  중국사람들에게 볶음밥은 아주 흔한 요리다. 각 지방마다 그 지방의 특색 있는 볶음밥이 있도록 그 종류도 다양하고, 만드는 게 쉽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요리라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먹다 남은 밥, 계란, 그 밖에 아무 재료나 함께 기름에 볶기만 하면 된다. 


  챠오판(炒飯) 앞에 딴(蛋) 한 글자를 붙이면 '계란볶음밥'이라는 뜻이 된다. 딴챠오판(蛋炒飯)은 한국사람이 요리를 처음 한다고 하면 라면 끓이는 법을 배우듯이, 중국 사람들에게는 입문 요리라고 볼 수 있다. 이 평범한 요리, 딴챠오판(蛋炒飯)이 요리법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한 유투버 스타를 중국 관영매체와 네티즌들의 노여움에 빠트린 일이 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왕깡(王剛)이 딴챠오판(蛋炒飯) 만드는 법 영상을 발표했던 시기가 문제였다. 11월 27일은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의 기일 이틀 후였다. 이게 왜 문제인고하니, 마오안잉은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전사했는데, 전사 당시 마침 계란볶음밥을 해 먹던 중이었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필 마오안잉의 기일 가까운 날에, 그 많은 볶음밥 중에 하필 계란볶음밥 영상을 만든 것은 마오안잉과 마오쩌둥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게 왜 모욕이 될 수 있느냐? 마오안잉이 그냥 '한국전쟁에서 전사했다'하면 '그가 마오쩌둥의 아들이지만 특권의식 없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군인으로 복무했다가 전사했다'가 되어 영예로운 죽음이 된다. 하지만,  '계란볶음밥을 해 먹다 폭격을 맞았다'가 되면 성격이 완전 달라지는 것이다. 왜냐면, 사적으로 밥 하느라고 불을 피우거나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군대 규율인데, 이것을 어기고 계란볶음밥을 해 먹느라고 불을 피우는 바람에 연기를 뿜어냈고, 그래서 미국 측에서 마오안잉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딱 정확한 위치에 폭격을 날려 마오안잉이 죽은 것이다. 폭격을 맞아 죽지 않았더라도 전쟁터에서 계란볶음밥을 해 먹었다는 것만도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쟁 중에 계란을 구했다는 것, 볶음밥을 한다는 것, 이것은 마오안잉이 러시아어 번역의 임무로 전쟁에 와 있으면서 그가 자기 아버지의 빽으로 얼마나 높이 군림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챠오판 이야기는 끝이 났고, 이제 맨 처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겠다. 

  챠오판(炒飯)이  은어로 쓰이면 남녀의 그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가 된다. 왜냐하면 이리저리 뒤척뒤척 볶는 행위가 성행위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빨래하다'가 '빨다'의 어감을 줘서 남녀의 그 행위를 가리키는 것과 좀 비슷한 거지. 

  사실, 영어 sex에 해당하는 중국어로는 쭈어아이(做爱)라는 정식 단어가 있다. 지을 주(做), 사랑 애(爱)의 한자를 쓴다. 나는 중국어 모국어자가 아니여서, 쭈어아이(做爱)라는 용어를 써도 조금도 낯 뜨거운지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대만인들은 이 한자 두 개를 붙여 발음하는데 굉장한 거북함을 느낀다. 그래서, 볶음밥이라는 뜻을 가진 챠오판(炒飯)을 더 자주 쓰는지도. 

  나한테는 쭈어아이(做爱)보다 챠오판(炒飯)이 더 야하게 들린다. 쭈어아이(做爱)라는 단어는 내게 어떤 상상도 일으키지 않는데, 챠오판(炒飯)은 엎치락뒤치락하는 행위를 상상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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