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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21. 2024

나는 질보다 양

  오늘 왜 '수제비'와 '한국음식'의 검색어를 가진 '대만에도 수제비가 있다'가 조회수 1000을 돌파하지? 조회수가 이 속도로 가면 오늘밤에는 얼마가 된다는 거지?


  이게 왜 기쁘지만은 않은 일이냐면,  '대만에도 수제비가 있다'는 글은 '찐 취두부가 너무 맛있다'를 쓰다가, 또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났고, 그래서 '양'을 채울 욕심으로 하나쯤 더 '생산'한 것에 불과해서, 글에 영혼이 얼마 안 묻어있는, 좀 별 볼일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찐 취두부가 너무 맛있다'는 취두부에 대한 격정 어린 나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 글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일 뿐이다. 


  과연! 내가 알듯이, 남들도 알아서, 조회수는 1000이 넘고도 딱 1명의 독자가 이 글이 실린 매거진을 구독하겠다고 클릭했을 뿐이다. 

  여기서 내가 배우는 것. 

  '어느 글이 언제 어떻게 노출될지 모르니 글 하나하나를 신중히 쓸 것!'


  하지만, 곧 또 생각을 바꾼다. 그렇게 맘먹고 나면 글을 생산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많이 생산해야 쓸만한 것도 생기는 법인데. 너무 신중하게 생산하면 좋은 글이 등장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양'이 '질'을 만들어줄 거니까, 나는 품질에 완벽을 부리지 않고 많이 생산하는 길을 걷기로 하겠다! 


  조회수는 의미가 없지만, 라이킷 수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새 글에 쉽게 라이킷해주는 사람들은 마음씨가 고운 사람들인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선배작가들이 라이킷으로 나를 격려해 줬듯이, 나도 신입인 너에게 라이킷으로 격려를 준다' 인가? 

  새 글을 올리면 다 읽었을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이, 늘 재깍 라이킷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들이 브런치 운영진이 아닌지 늘 좀 의심스럽다.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파민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우리에게 라이킷이라는 도파민을 쏴주고, 우리로 하여금 일개미처럼 부지런히 글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나는 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글 쓰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야 한다. 논문이, 연구를 하고 결과를 얻기만 하면 다 써지는가 싶지만, 의외로 글쓰기 능력이 상당 필요하다. 그래 브런치와 나는 상부상조하는 사이이니, 나는 글을 생산하고 브런치는 살아 돌아간다.

  나는 즐겁다고 브런치스토리와 놀고 있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짧은 영상 보는 이 시대에, '글'로 굴러가는 브런치가 어떻게 지속 생존가능한지 상당 궁금하다. 브런치가 2015년에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있는 것을 보면 뭔가 생존 방도가 있기는 한가 보다. 

  '그게 뭐지?' (나중에 알게 되면 덧붙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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