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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13. 2024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오늘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영어공부를 하기로 한다. 시작하고 포기하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중국어 실력을 능가했을 것이다. 


  내가 세 들어 사는 세어 하우스는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랭귀지스쿨 근처에 있어서, 중국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이 살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학기에 필리핀 아가씨 메이쓰와 독일 남자 TK가 3개월 동안 중국어를 배우러 오며 우리 집에 살러왔다. 이 세어 하우스는 최소 한 달부터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다.


  독일 남자 TK는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한다. 그의 영어는 그다지 수준급은 아니지만, 문장이 아닌 단어와 바디랭귀지를 써서 영어를 못하는 나 같은 사람과도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필리핀 아가씨 메이쓰는 아버지가 중국사람이지만,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능숙하다. 필리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각종 과목을 영어로 배운단다. (필리핀이 이중언어교육을 하는지 처음 알았다.) 그녀는 두 종류의 필리핀어를 하고, 집에서는 부모님과 광동어*로 소통하고, 학교에서는 보통화**를 배워서, 영어까지 합하면 총 5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쓴다. 부럽 부럽! 

  이미 반년 간 세 들어 살고 있는 인도 아가씨 펑뤠이도 중국어를 배운 지 반년이 채 안 돼서 중국어보다 영어가 쉬우니 나와 대화할 때가 아니고는 영어를 쓴다. (인도도 어려서부터 여러 교과목을 영어로 배운단다. '영어 교과목'을 배운다가 아니라, '여러 교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그 밖의 하우스메이트들은 대만 젊은이들인데, 그들도 영어 실력이 제법이다. 나만 영어 귀머거리고, 영어 벙어리이다. 


  나는 대만생활 내내 이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이번처럼 거실에 영어가 많이 떠도는 건 처음이다. 안 그래도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좀 겉돌리는 느낌인데, 영어대화에 척 끼어들지도 못하니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매번 나 하나를 위해 중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된장! 내가 영어 공부를 하고 말겠다!'

  좌절하지 말고, 하루도 빼먹지 말고, 그냥 꾸준히 하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뭐, 감사할 일이다, 영어대화에서 소외되어 초라한 느낌에 우울해지는 것은. 

  영어는 어쩜 그렇게도 공부하기가  싫었더랬는데, 이제야 배워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긴 거잖아?




*광동어 : 중국 남부 방언, 홍콩사람들이 쓰는 중국어가 광동어임. 

**보통화 : 중국의 표준말, 한국인들이 배우는 중국어가 보통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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