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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Nov 06. 2024

佛系 [fóxì]

포시(佛系)라는 용어가 어디서 나왔나    

    포시(佛系)의 두 한자는 부처 불(佛), 이어 맬 계(系)로,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불계'이겠다. 그렇지만 종교 불교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포시(佛系)라는 용어는 2014년 '포시난(佛系男, fóxìnán)'이라는 단어가 일본의 한 여성잡지에 등장한 것이 처음이다. 이 잡지는 불가(佛家)의 승려처럼 속세를 벗어난 듯 연애에 별 관심이 없는 남자를 가리키기 위해 이 용어를 썼다. 잡지에서는 포시난(佛系男)을 공략하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우선 포시난(佛系男)의 특징을 나열했다. 포시난(佛系男)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취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 자신의 페이스대로 행동한다.

    - 다른 사람의 기분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

    - 연애가 귀찮다.

    - 여자 친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다.

    -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포시(佛系)라는 용어의 의미 확장

    포시(佛系)는 이제 그 의미가 확장되어, 하나의 생활 태도를 나타내게 되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포시칭니엔(佛系青年, 포시청년)'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 용어는 득도한 승려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다투지도 않고 빼앗지도 않고, 승패를 추구하지도 않고, 명예와 이익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의 삶의 태도를 표현한다. 한마디로 아무런 욕구 없이 되어가는 대로 따르는 삶의 태도다. 

    이 용어가 근래 들어 폭발적으로 유행한 것은 현재의 경제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기계와 자동화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일자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등, 사회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더 이상 자신의 손아귀에 의해 장악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생활의 고독과 고민으로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가볍게 여기고 다투어 빼앗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는데, 포시칭니엔(佛系青年)이란 용어가 이런 젊은 세대를 잘 표현해 준다.

    현대의 젊은 세대가 스트레스를 극복해 내는 힘이 부족해서 포시(佛系)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 세태를 희롱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포시(佛系)적 삶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면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약간 탕핑(躺平)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탕핑(躺平)은 ‘평평하게 누워있기’라는 뜻으로,  '열심히 노동해도 대가가 없는 중국 사회의 노동 문화에서는 최선을 다해 눕는 게 현명하다'라는 속내를 담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과 불투명한 미래로 좌절을 느끼는 중국 Z세대 사이에서 탕핑(躺平)은 그들이 선택하는 또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여겨진다. 물론, 어른 세대들은 '탕핑(躺平)'하는 젊은 세대를 비겁한 패배자라고 부른다. 


포시(佛系) 비웃기
    포시(佛系)적 삶을 비웃는 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웃기는 몇을 여기다 옮겨 적어본다. 


    포시(佛系)의 다이어트법 : 절식하지 마라, 몸만들기 하지 마라, 식욕 통제하지 마라, 체중감량 제품 섭취하지 마라. 만약 인연이 닿으면, 자연히 살이 빠질 것이다. (減肥大法 : 不節食、不健身、不做運動、不控制食慾、不吃減肥產品、不嘗試減肥餐單。如果緣份到了,自然會瘦下來。)


    포시(佛系)의 연애법 : 데이트하지 마라, 집착하지 마라, 강요하지 마라, 메시지 보내지 마라, 애정을 키우려 노력하지 마라. 때가 되면 자연히 사귀게 될 것이다. (佛系戀愛追求法 : 不約會、不執著、不強求、不傳訊息、不經營感情。時候到了,自然會在一起。)


나는 좀 포시(佛系)

    유행어에 민감하지 않은 내가 포시(佛系)라는 이 유행어는 일찌감치 들어 알고 있는 것은 딱 나를 가리키는 용어 같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지금의 경제 상황에 절망해서 '적극적인' 삶의 방식으로서 포시(佛系)의 삶을 택했다면, 나는 극도로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포시(佛系)처럼 보인다. 같은 포시(佛系)의 삶도 알고 보면 이렇게 차이가 있다. 

    바람직한 포시(佛系)의 태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집착하지 않고,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 후에, 나머지는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두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초조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질투와 불만을 일으켜 행복을 얻을 수 없게 만들 뿐이니까.



참고자료 :

1. https://www.ettoday.net/dalemon/post/34985

2. https://evchk.fandom.com/zh/wiki/佛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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