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는 입구가 넓은 병뚜껑을 돌려 여는데 힘이 좋았다. 거의 남자만 한 힘으로 돌려 열 수 있었다.
내 올케가 생수병의 뚜껑도 못 열어서 자기 아들한테 줘서 열어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뭐 저런 응석을 부리나하고 눈꼴사나워했었고, 내 엄마가 모든 뚜껑을 꼭꼭 안 닫고 얼풋이 닫아, 내가 그걸 꺼내 들다가 뚜껑이 덜컥 열려버려 내용물을 죄다 쏟거나 해서 바닥을 닦아야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면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었다.
'아니, 왜 뚜껑을 꼭 안 닫아두는 거래?'
엄마는 다시 열 때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고, 나는 우리 엄마가 살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엄마는 뚜껑을 '돌려 닫는다'기 보다는 뚜껑을 '슬쩍 덮어두기'만 하는 식이었다.
내가 꼭꼭 돌려 닫았다 하면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누가 이래 꼭 닫아놨노? 열리지도 않게."
"안 연리긴 왜 안 열리노?"
내가 중년이 되어 손목에 힘이 없어지고서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손목에 힘이 빠질 줄을 누가 알았나?
나는 아침에 토스트에 쨈을 발라 먹는데, 그래서 집에는 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 올해 들어 이 쨈 병이 내가 중년인 것을 일깨워준다. 잼병은 원래 잘 안 열리게 만들어졌다, 속 내용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근래에 쨈 병을 비틀어 열 수 없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힘을 줄라치면 손목이 지끈 아프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면, 손목에 힘이 빠져서 나도 이제 좀 여성스럽게 누군가에게 병 뚜껑을 좀 열어달라고 약한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 약한데 약한 척 꾸미는 것을 못해서 여성스러운 짓이라고는 못하던 내가, 이제는 정말 약해서 어쩔 수 없이 여성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뭐 그렇게 상심할 필요 없을지도.
하지만, 나는 남편이 없잖아? 누구한테 병 뚜껑을 열어달라고 약함을 보이느냔 말이지.
남편이 없는 나는 쨈 병을 혼자 열어야 한다. 나는 이제 힘으로 열지 않고, 요령으로 연다. 칼을 뚜껑 속에 찔러 넣어 지렛대처럼 몇 번 힘을 주다 보면 '뽁'하고 그 사이로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러고 나면 쨈 병은 중년의 허약한 손목으로도 열린다.
다음으로는 또 어디가 약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