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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관찰

남들이 사십에 한다는 것을

by 김동해

남들이 사십에 한다는 것을 나는 오십에 하고 있다. 바로, '자발적 고독!' 자발적 고독은 적극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가족으로부터도, 친구로부터도.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리가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 부모, 문화, 사회로부터 얻은 렌즈로 세상을 보다가, 40쯤이 되면 본래의 자기감으로 돌아가는 2차 성인기에 들어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 문화, 사회로부터 사회화된 나는 우울한 사람이다.


나는 내 본래의 자기감이 우울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껏 사회화된 나를 버리기로 맘먹고 자발적 고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세상 사람들의 평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대로 나 자신을 보려고 말이다.


'나, 원래는 밝은 사람일지도 몰라.'


내가 우울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근거는 이렇다. 젊어서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술을 마시면 나는 헤죽헤죽 웃는다. 우울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는 것이다. 술에 취한 나는 귀엽기까지 하다. 뭐, 알코올이 누구의 마음이나 다 그렇게 가볍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하면 참 할 말이 없지만. 난 그 모습이 내가 태어난 본성 그대로의 내가 아닐까 하고 믿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술을 딱 끊었다. 술의 힘을 빌려서가 아니라 또롱또롱한 정신으로 밝은 나로 돌아가볼 작정이다. 남들의 시선으로 규정된 나를 딱 걷어내고서 내 본성의 모습으로 돌아가볼 작정이다.

하지만, 자기감을 찾아가는 자발적 고독의 과정은 참 고독하다. 사람 만나는 일이 만사 귀찮은 나도, 오랫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사는 일은 참 고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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