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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관찰

꿈은 야무지다

by 김동해

아침은 밀크티와 버터 바르고 쨈 바르고 치즈 올린 토스트 두 장, 요거트, 과일 한 종류다. 먹는 것에 별 흥미가 없는 나는 이걸 잇몸 건강을 위해서 먹지, 배가 고파서라거나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만 집중해서 먹으면, 먹는 일이 너무 지루하다. 반쯤 먹다 그만 먹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침은 주로 영국의 BBC중국어 신문이나, 미국의 뉴욕타임스 중국어 신문을 읽으며 먹는다.

며칠 전에, 뉴욕타임스 중국어 신문에서 상당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했다. 바로, '어머니와 관계를 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與母親斷絕關係,我沒有後悔)'였다. 뉴욕타임스는 '관점과 평론(觀點與評論)'란이 있는데, 독자들의 투고를 받아 이곳에 싣는다. 이 글을 쓴 남자는 자기 어머니가 자식들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학대했는데, 자기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살기 위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단절했고 왜 그러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한 권의 책으로 썼다는 것이다.

'이건 바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이잖아!'

책 제목이 <The power of parting>이다. 중국어 번역본이나 한국어 번역본을 찾아본다. 이런,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영 읽어보고 싶다. 나는 아이에게 독이 될라치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보다 앞서 고민하고 행동한 이 남자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영어.... 내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면, 중3 조카와 날마다 영어 독해를 한 페이지씩 하는데, 내가 모르는 단어가 더 많고, 단어를 안들 해석 못해내는 부분이 더 많은 수준이다. 청핀(誠品) 서점에 접속하여 사려고 집적거리다 포기했다. 하지만, 다음날 생각이 바뀌었다.

'까짓 거, 날마다 한 페이지씩 영어공부하는 셈 치고 읽으면 설마 못 읽겠어?'

그리고는 과감히 주문했다. 해외에서 배송되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일주일쯤 기다려야 도착할 것이다.

나는 벌써 아름다운 상상을 하고 있다. 이걸 읽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전을 하나하나 꾹꾹 찾아가며 읽어내는 내 기특한 모습을. 그리고, 오늘은 브런치스토리에 '김동해 북리뷰' 메거진까지 하나 열었다. 영어 원서 한 권을 다 읽고 북리뷰를 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하!

책이 300페이지쯤 되니, 1년 안에 북리뷰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시라!


사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더 야무진 상상도 한다. 이 책을 읽었는데, '맞아, 바로 그래!'라는 생각이 들도록 감동을 했다 하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을 내게 맡겨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야무진 상상.

석사 공부를 할 때 만났던, 한 베트남 아가씨가 미국 작가가 쓴 환경 관련 책을 너무 감동적으로 읽고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베트남 번역권을 얻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작가에게 편지를 쓸 때, 베트남은 정말 이런 환경 의식이 필요한데, 이런 책이 잘 출판되지 않는다면, 세계환경에 이바지하는 베트남 시민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베트남에도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작가가 정말 답장을 보내 그녀에게 그 권한을 줬다는 것이다.

나라고 못할 거 없잖아?


참고 :

1. 신문기사가 있는 곳 : https://cn.nytimes.com/opinion/20250328/my-family-estrangement/zh-hant/?utm_source=mostviewed-daily&utm_medium=cpc&utm_campaign=mostvie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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