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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08. 2024

엉덩이

    어느 순간부터 허벅지가 가늘어졌다. 좀 가늘어지고 나니까, 여성스러운 느낌이 살짝 들어서 몰래 좋아했더랬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일이 자신 있어졌다. 하지만, 언니의 말을 듣고 급 걱정스러워진다. 

    "너 형부가 나이가 들고 허벅지가 가늘어지더니 엉덩이 살이 줄었어."

    엉덩이 살이 준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안다. 엄마의 엉덩이를 보면 허벅지와 엉덩이가 연결되는 부위의 살이 푹하고 꺼져있다. 우리는 이렇게 늙은 부모님의 노화를 보면서 자신의 노화에 대해 심리적 대비를 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안돼!'

    엉덩이가 쪼그라드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노화로 젊어서처럼 힘이 충천하지 않은 것만도 힘겨운데, 노화는 어쩜 이렇게 밉살스럽게 사람을 공격하나? 뱃살은 한번 튀어나오면 들어갈 줄은 모르고, 피부의 탄력을 앗아가고, 손목의 힘을 서서히도 아니고 순식간에 뺏어가 버리고, 어깨와 목이 안 뻐근한 날이 없고, 팔뚝 살은 점점 처지게 하고, 더해주는 것이라곤 주름살뿐이고. 이제 엉덩이 살까지 뺏아간다?

    '나빠! 나빠! 나빠!' (중국어에는 뭔가 중요하거나 강조하는 말을 할 때는 세 번 반복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

    엉덩이 근육 키우는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운동이라고는 정말 하기 싫지만 엉덩이를 위해서라면 참아지지 않을까 싶다. 엉덩이를 빵빵하게 하는 가장 좋은 운동이 뭐래? (누가 안다면 좀 알려주시길. 가장 간단한 것으로다가.)


    나는 이제 누군가의 나이를 가늠해 보는 방법으로 어쩜 누군가의 엉덩이를 유심히 쳐다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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