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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를 신청하는 꿍꿍이

by 김동해

메이쓰(美絲)와 신베이(新北)에 있는 임가화원(林家花園)에 놀러 갔다가, 걸어서 돌아왔다. 두 시간여 걸은 것 같다. 걸으면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서는 볼 수 없는 뭔가를 더 보게 된다는 좋은 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걷는걸 엄청 좋아라 한다.

오늘도 걷다가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건물 한 벽면을 채우도록 크게 내건 포스터였는데, 2025년에 대만의 타이베이(台北)와 신베이(新北) 두 곳에서 세계장년운동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쓰여 있었다. (게임의 정식 명칭이 2025 쌍북세계장년운동회(2025雙北世界壯年運動會)인데, 쌍북(雙北)이라고 한 것은, 타이베이(台北)와 신베이(新北)가 모두 베이(北)라는 글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


'아, 하고 싶잖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에, 어느 해 여름이 떠오르면서 흥분이 된다. 2003년에 대구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렸을 때, 자원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재미가 있었더랬다. 이탈리아의 축구팀이 내게 배정되었는데, 이탈리아 축구팀은 모든 선수단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그들은 어느 팀에나 있는 감독, 코치, 마시지사를 제외하고도 상당한 부대인원이 딸려 있었다. 나이 많은 감독과 혈기 넘치는 선수 사이를 조율하는 사람과 빨래담당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그 많은 인원들을 끌고 다니는 게 어찌나 우쭐하던지! 이탈리아팀이 게임이 있을 때마다 이곳저곳 축구장을 따라다니며 유니버시아드를 즐긴 것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에, 이 광고를 봤을 때, 고민 없이 참가하겠다고 맘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신청을 하려고 찬찬히 보니, 기간이 적지 않다. 5월 17일부터 30일까지 2주나 된다.

'5월에는 논문을 반쯤 쓰고 1차 구술시험을 치러야 할 터인데, 2주나 자원봉사 놀이를 하며 흘려버린다?'

조금 갈등하고, 곧이어 '놀기 위해 그전에 열심히 논문을 써버려야겠다는 동기가 하나 생기잖아?' 하면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아, 이제 5월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사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데는 또 다른 꿍꿍이도 있다. 듣고 비웃지 마시길. 집순이인 나는 논문을 쓰는 일 외에, 아르바이트하러도 안 나가지 하니까 사람을 만날 기회가 아주 없다. 콕 집어서 말하면 남자. 그러니까, 일단 사람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인연이 생길 것이 아닌가 하는 꿍꿍이도 있었다는 거다. 아, 부끄럽지만, 사실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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