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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을 조심해

by 김동해

로빈을 만났다. 그녀가 바쁜 중에 시간을 낸 것은, 아마 내게 자기가 소개해준 두 학생에 대해 주의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한국어를 배우는 나의 두 학생, 클레어와 이바가 아주 열심히 사는 좋은 젊은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빈의 말에 따르면 상종 못할 인격체였다. 일터에서 아랫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원칙이라고는 없고, 인스타그램에 자랑질하는 그런 삶을 사는, 내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인격체였다.

클레어는 인스타그램에 나를 한국어 가르쳐주는 '아이(阿姨, 아줌마)'라고 적었단다. 클레어와 나는 나이차이가 배가 나니, 그녀가 나를 아이(阿姨)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 못 할 일이 아닌데, 로빈은 꾸어펀(過分, 지나치다)하다며 나를 대신해 자기가 흥분한다.

그리고 클레어는 매번 수업 때마다 나를 몰래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단다.

"엉? 난 몰랐는데?"

사진을 찍을 거면 찍는다고 말이라도 좀 하고, 예쁘게 포즈라도 잡게 해 줄 것이지.

"날 예쁘게는 찍었어?"

인스타그램은 24시간 노출 후에 사라지기 때문에, 클레어가 찍어 올렸다는 내 사진을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또, 나를 치켜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얼굴에 광을 내기 위해, 자기 한국어 선생님은 사범대 박사생이라고 적었단다. 하하! 그냥 웃고 말기로 한다.

"나를 대신해서 클레어가 내 광고를 해주는 셈 치지 뭐."


클레어가 한국어를 배우자 이바가 급하게 또 나를 찾은 이유는 둘이 경쟁관계기 때문이란다. 클레어가 한국어 선생을 가졌는데, 내가 안 가질 수 없다, 이런 이유란다.

나는 이 두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오랫동안 배울 줄 알았는데…. 클레어는 한국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할 계획이 있고, 이바는 한국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될 걸 준비하는 것이다. '나, 한동안 수입원이 생겼네?'하고 좋아했더니만. 로빈의 말을 들어보니, 내 두 학생들이 꾸준히 한국어를 배우겠나? 하는 의심이 든다.

로빈은 언젠가 둘이 영어를 배우겠다고 해서 영어 선생을 소개해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이 둘을 만나보고서는 단박에 상종 못할 인품이라는 걸 알아보고, 시간이 없어 과외를 못하겠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내 눈에는 그 둘이 정말 열심히 사는 좋은 젊은이처럼 보였는걸?"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으니, 특히나 여자들이 그 예쁜 얼굴 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추측도 못하니, 내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클레어와 이바에 대한 험담을 듣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걸.


"난 이래서 여자들을 상대하는 게 피곤해. 로빈, 너도 내겐 그래."

"내가 뭐가 복잡해?"

"너도 내겐 충분히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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