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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학생

by 김동해

로빈에게서 연락이 왔다. 로빈이 아르바이트하는 상점 직원 하나가 누구한테는 한국어 선생님을 소개해주고 자기한테는 소개 안 해줬다며 화를 내더란다. 또 한 여자가 나를 찾을지 모르니 그런 줄 알고 있으란다.

'와우! 나, 졸지에 2명의 학생이 생기는 거야?'

두 번째 학생은 연락 문자부터 열정적으로 왔다. '선생님을 만나뵙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어요.' 뭐 이런 문장이었던 것 같다. 로빈으로부터 연락이 올 거라는 소리를 일주일 전쯤에 들었다. '오랫동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간지럽지 않나? 난 너무 적극적인 타입은 좀 부담스러운데....

두 번째 학생 이바는 첫 번째 학생 클레어와 다르게 한국어 수준이 대단하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서, 이바와의 수업에는 내가 중국말로 설명할 기회가 없다.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어요?"

"한국드라마를 보고 배웠어요."

"그냥 보기만 했다고요?"

"한 10년간 봤더니, 그냥 들리더라고요."

한국어가 그렇게 쉽나? 한국드라마만 보고 한국말을 배웠다는 외국인을 여럿 만나봤다. 나는 안되는데, 다들 어째 그게 되는지.

"선생님은 학생을 좀 푸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네, 날마다 숙제를 내는 편이에요. 클레어가 힘들다고 하던가요?"

"아니에요. 저는 게을러서 선생님의 푸시가 필요해요. 그래서 선생님 같은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녀의 대접용 멘트로 인해 내가 마치 이미 한국어 교육계에서 유능하다고 소문나서 학생들이 줄 서서 찾는 교사가 된 처럼 느껴졌다. 대만 여자들은 대접용 멘트를 숨 쉬듯이 하기 때문에 전혀 믿을게 못되지만.

막, 한국어 수업을 개시했는데, 학생 수가 이렇게 빨리 늘면 오래지 않아 한국어 가르치는 갑부선생님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잠시 즐거워했다. 즐거운 상상에 돈 드는 건 아니니까. 하하!


이바씨에게는 돈을 조금 더 받기로 했다.

"클레어 씨는 제 첫 번째 학생이고, 이바씨도 소개해줬으니, 좀 적게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바씨에게 더 많이 받아서 불쾌하지는 않으시죠?"

이바씨는 그것도 저렴하다고 생각한다며 통쾌하게 수락했줬다. 아, 다행이다 싶었지만, 돌아서서 또 후회했다. 이렇게 쉽게 동의해 줄 줄 알았으면 더 불렀어야 했는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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