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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끝이 없다

by 김동해

오래간만에 만난 대만 아가씨 차이쉰이 물었다, 자원봉사한다던 건 뭔 새로운 진전이 있는지. 나는 참 많은 사람에게 자랑을 했었던가 보다. 봉사활동을 안 갈 수 없겠다.

"차이쉰,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 지 좀 봐. 무려 8곳이나 간다고 잡아놨어."

내가 갈 곳, 송산문화창의구(松山文創), 타이베이육상경기장(台北田徑場), 타이베이 작은 돔( 台北小巨蛋), 루조국민운동센터(蘆洲國民運動中心), 국부기념관( 國父紀念館), 흐어핑농구장( 和平籃球場), Expo Dome(花博爭艷館),산충국민운동센터( 三重國民運動中心 )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여기서 가까운지 확인을 받았다.

"산충국민운동중심은 좀 멀걸?"

"지하철 황색선을 타면 46분쯤 걸린다고 하던걸?"

한 번에 가긴하니, 가봐도 되겠단다.

"국부기념관에서 무슨 게임을 한다는 거야?"

"사실, 나도 몰라. 국부기념관을 안 들어가 봐서 그냥 한번 가보려고 선택한 거야."

어제 포기했던 골프장이 못내 아쉽다.

"사실은 딴쉐이(淡水)의 골프장도 간다고 잡았더랬어.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말았지만."

"딴쉐이의 골프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볼 만한 곳이야. 골프 코스도 다른 골프장도 달리 산비탈 지형을 따라 만들어서 구불구불 높낮이 차이가 매우 커서, 매우 특징 있는 골프장이야."

"어, 그래? 그럼 꼭 가봐야겠네?"

"골프장을 구경하러 일부러 가게 되지는 않으니까, 이 기회에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지."


난 사실 철인삼종경기도 보러 가고 싶다. 철인삼종경기는 맨손으로 달리고, 자전거로 달리고, 수영을 하는 것이라, 바다를 끼고 있는 장소에서 열리다 보니, 경기가 열리는 곳이 2시간 거리쯤에 있었다.

'아쉽.'

차이쉰이 또 무슨무슨 운동센터 같은 곳은 한 곳만 가보면 되지, 동네마다의 운동센터를 가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 줬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집에 와서, 일정을 다시 조정했다. 봉사활동 갈 장소는 10개로 늘어났다. 만약 내가 가려는 곳에 자리가 남아있었더라면, 나는 마스터스대회가 시작하는 17일부터 끝나는 30일까지 14일 동안 날마다 다른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가보고 싶었던, 타이베이 큰 돔( 台北大巨蛋)과 대만대학 종합체육관은 모집이 마감되어 선택할 수 없었다.

'아쉽.'

하루에 오전반이나 오후반 중 하나를 선택해 놨는데, 여차 재미가 있으면, 갔다가 하루 종일 놀다 올 수 있도록, 남은 30일간 벼락같이 논문을 써내버리자고 또 욕심을 부리고 있다. 계산을 해봤는데, 하루 3페이지씩만 쓰면 되는 거였다. 학기가 시작하고 지금껏, 두 달 여가 다 되어 가는데, 겨우 3페이지 써넣고, 30일 동안 100페이지가량 쓰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아, 욕심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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