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심으로 고민을 만든다

by 김동해

거의 1년여간 2025년 쌍북세계마스터스대회의 경기장 별로 자원봉사자 모집을 받았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경기장으로 5곳을 선택해서 신청을 했다. 최소 5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드디어, 구체적으로 스케줄 잡으라는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딱 한번 국제급 운동대회에서 언어 자원봉사 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신청한 언어를 쓰는 국가의 한 스포츠 팀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라고 했다. 봉사활동이란 게,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축구팀이 게임을 나가면 같이 게임장으로 가서는 게임을 구경하면서, 통역이 필요해지면 잠깐 도와주는 식이었다. 대부분은 관중석에 또는 감독이랑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는 게 다였다.

대만은 오전, 오후, 저녁으로 대략 3시간씩 나눠놓고 나보고 원하는 시간대와 경기장을 정하라고 한다. 골프장도, 야구장도, 축구장도, 배구장도, 사격장도 다 가보고 싶은 나는, 어떻게 시간표를 짜야, 2주 동안 요리조리 다 다녀볼 수 있을까 궁리를 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매일 장소를 바꾸면, 매일 가는 차편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것도 좀 귀찮을 것 같고,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것도 좀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어째야 해?'

이건 완전 욕심이 만들어내는 고민이다.

장소가 가까울 것, 하나만 기준 삼아 스케줄을 잡고 말면 될 텐데, 자꾸만 기준이 늘어간다.

'장소는 가까워야 하고, 최대한 많은 경기장을 구경해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야외면 힘들 것 같으니까 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오전 나절을 소비해서 스케줄을 잡았다. 무려 8 장소를 가도록 잡았다. 9곳일 수도 있었는데, 딴쉐이(淡水)의 골프장은 마지막에 취소를 했다. 1시간 25분이나 걸려 가야 해서. 한 번도 골프장을 가본 일이 없어, 골프장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으로 스케줄을 잡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막상 가야 하는 날이 되면, 게으른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은 것이다.

시간표를 쭉 잡아놓고 조금 즐겁기도 하고, 조금 한심하기도 하다. 이 시간에 알바를 하면 시급만 받아도 얼만데, 나는 시간 낭비를 하나 싶어서. 또, 박사논문은 이번 학기가 시작한 3월부터 4월의 반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석장 써놓고, 이러다 이번 학기에 구술시험을 볼 수는 있으려나 싶어서.

자원봉사에 맘 편히 참여하려면, 운동회가 시작되기 전에 논문을 다 써버리면 된다!

'한 달쯤 남았군. 한 달 안에 논문을 3장까지 써내는 기적을 한번 해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귀가 얇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