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이네 학교는 영어 시간에 교과서 외 지문을 원어민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게 하고 그 내용을 시험에 출제한다. 이번에 원어민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남아프리카 출신이라 발음을 영 못 알아듣겠단다. 수업 시간에 잠깐 정신을 팔면, 원어민 선생님이 읽는 문장이 어디인지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고 만단다. 발음이 이상해서, 아무리 자세히 들어도 어디를 읽는지 모르겠단다. 그러니, 고모가 공부를 좀 시켜달란다.
"일단 외부지문을 찍어 보내봐."
하나의 이야기 지문인데, 자잘한 글씨로 A4용지 가득 들어차있다. 내가 봐도 정말 읽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오늘은 한 단락만 하지 뭐."
이렇게 하루 한 단락, 또는 기분 조금 내키는 날은 두 단락 하면, 하나의 외부지문을 다 보는데 3일쯤 걸린다. 총 4장의 외부지문이 있으니, 12일쯤 걸리겠다.
오늘 소현이가 또 고모를 깜짝 놀라게 했다.
From that day on에 이르렀을 때, 소현이가 이걸 '그날 이후로'로 해석한다. 소현이 수준도 안 되는 영어 실력의 고모는 어째 아닌 것 같다며 파파고로 검색해 본다.
"'그날부터' 라는데?"
"'그날 이후로'나 '그날부터'는 같은 거 아냐?"
국어적으로 조금 다르기야 하지만, 영어 해석에서 이렇게 해석하나 저렇게 해석하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 그랬더니, 소현이가 하는 말이.
"'그날 이후로'는 그날을 포함하지 않고, '그날부터'는 그날을 포함하네. 다르네."
'우와, 너 자꾸 똑똑해져.' 그렇다고 말은 안 했지만, 소현이는 똑똑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가르쳐서 안 되는 사람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