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에 '숲의 교향곡'이라는 제목으로 국제문화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교정에는 각 나라별 부스가 차려지고, 자기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전통 의상을 준비해 놓고 입어보게도 해 준다. 또 한쪽에서는 이국문화 강연이 열렸다. 나는 부산한 부스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완전히 몰랐던 나라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국문화 강연에 참석했다. 강연 시작 시간을 잘못 기억하는 바람에 첫 번째 강연인 콜롬비아 이야기는 놓쳤다.
두 번째 강연은 핀란드였다.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였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내성적이어서, 말수도 적고 이웃들과 알고 지내지도 않는단다.
'어머, 나도 내성적인데.'
핀란드 사람들의 내성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냐면, 밖에 나갈 때 문에 귀를 대보고 밖에 누군가 이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간다는 것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주 어색해 죽을 것 같은 상황이 이웃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는 일이란다.
'내성이 너무 심한데?'
또, 핀란드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방식도 재밌었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말을 한단다. 상대가 말을 할 때, 끼어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고, '응', '그래?', '정말?' 따위의 말로 호응하는 법도 없으며, 심지어는 고개를 끄덕이는 법도 없단다. 아무 표정 없이 듣기만 한단다. 핀란드 사람들은 그걸 예의 바른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 핀란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상대가 아무 반응이 없다고 화가 났나 하고 오해하지도 섭섭해하지도 말란다.
핀란드 사람들의 이런 특징을 들으니, 나는 핀란드에 가면 참 편하게 잘 살 것 같은 것이다. 나와 핀란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내성적'이라, 나의 '내성적' 성격은 그곳에서 눈에 뜨이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내성적'인 것은 '사교적이 않은'의 부정적인 느낌이라서, 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있어야 하면 내성적으로 보일까 봐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다. 외향적인 것이 '참 별난 사람이네'하고 눈에 띄는 핀란드라면, 나의 '내성적'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아주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