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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수선

by 김동해

유니폼은 입으면 폼이 난다고 해서 유니'폼'인 거잖아? 농담이 좀 썰렁했다. 하지만 진짜 그렇긴 하잖아? 백의의 천사라는 별칭을 안겨준 하얀 간호사 제복도 그렇고,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생기면 달려와 줄 것 같은 신뢰가 가는 파란색의 경찰관 제복도 그렇고, 불 속으로 달려드는 걸 두려워할 것 같지 않은 주황색 소방관 제복도 정말 폼이 나잖아? 심지어는 가슴팍에 상점 이름이 박힌 음식점 점원의 유니폼도,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입어야 하는 유니폼보다는 때깔이 난다.

'너무 안 이뻐.'

곧 자원봉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걸쳐봤다. 상의, XS를 골랐어야 했나? S를 집어 왔는데 많이 크다. 마데기를 덮어쓴 듯해서, 도저히 그대로는 안 되겠다. 룸메이트에게 반질고리를 빌려 소매를 좀 올려 꿰매 본다. 고개를 숙이고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자니 목이 아프다.

'된장,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

옷 수선점이 어디 있나 하고 며칠 두리번거렸다. 운동을 나가다가 세탁소를 하나 발견했는데, 거기 앞 광고문에 옷 수선도 한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서야, 세탁소가 옷 수선해 주는 기능도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아, 바보.'

한벌 고치는데 무려 150원(한화 6000원)이나 했다.

"와, 굉장히 비싸네요? 일단 한벌만 고칠게요."

두 벌을 들고 갔다가, 하나만 고치기로 한다. 한국에서는 3000원이면 되는 일인데.

팔 길이를 한 5센티쯤 줄이고 났더니, 겨우 조금 봐줄 지경이 됐다.


이 유니폼, 초절정으로 웃기는 것이, 첫날은 목이 축 떨어져서 둥근 넥이 브이넥처럼 보이더니, 한번 빨았더니 적당하게 줄어들었다. XS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스럽도록 적당한 크기가 됐다. 날마다 빨아서 입어야 하는데, 이러다가 S가 XS가 돼버리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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