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두 번이나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상상이었기 망정이지, 정말 그랬다면, 나는 앞으로 친구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되었으면, 내 인내심이 바닥난 게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러나, 토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세어 하우스에는 공공구역을 도맡아 청소하는 하우스키퍼가 있다. 지난 석 달간 내가 이 일을 도맡아 했다. 내가 방학 동안 한국에 가게 되어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이 없어 토우를 부르게 되었다. 지금 세어 하우스의 구성원은 곧 떠날 사람이거나, 방금 이사 들어왔거나, 아니면 너무 지저분해서 집안 청소를 맡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집주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세어 하우스에 세 들어사는 토우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들러 청소를 해달라고 하는 거였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어 하우스가 리모델링을 할 때, 나는 집주인이 운영하는 다른 세어 하우스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토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입으로 늘 결벽증이 있다고 하니, 아마 깨끗하게 잘 청소할 것 같다.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데, 나는 한 10분 정도를 생각했다. 많아봤자 30분? 내가 설명하는데, 토우가 계속 끼어들어서, 시간이 질질 늘어진다.
"가만 좀 듣고 있어 봐, 내 설명이 다 끝날 때까지. 그런 후에 질문해."
겨우 설명을 다 끝냈다. 나는 이제 그녀가 그만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나와 먹으려고 달짝한 케이크를 사 왔다며 같이 먹잖다.
"아니야, 한 조각으로 너 배가 안 부를 거야. 두 조각 다 너 먹어."
"아니야 아니야, 너랑 같이 먹으려고 사 온 거야."
"돈도 없다면서 뭐 이런 걸 사 오고 그래?"
그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나 같으면, 이런 체면치레에 돈 쓰지 않고, 남한테 돈 빌리지 않고 살겠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녀는 나한테도 돈을 빌린 적이 있다.
"그래도, 네가 곧 한국 돌아간다고 하니까.... 선물로."
같이 먹어야지 어쩔 수 있나.
그녀의 정체성을 나한테 요약해 보라고 하면, '가난하다'와 '그림을 그린다'이다.
그녀는 나만 봤다 하면 핸드폰에 저장된 자신의 작품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게 내게는 '어떤 것 같아? 느낌을 좀 이야기해줘 봐.'하고 압박하는 것 같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몇 번 감탄을 해줬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까오숑에서 커피숖을 운영하는 한 남자가 그녀의 작품 3점을 커피숖에 걸어두고 팔아보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인쇄비를 미리 주고, 토우에게 작품을 인쇄해서 보내라고 했단다. 토우는 지금 그 일로 흥분해 있고, 내게 그 이야기를 줄줄이 쏟아낸다.
토우는 아이패드로 작품을 그린다. 그러니, 작품을 '인쇄한다'. 작품을 인쇄하는 과정이 그냥 파일을 주고 인쇄를 맡기면 되나 싶지만, 그게 아니란다. 아이패드로 작업한 작품의 색상과, 인쇄기가 출력해 낼 색상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화가는 중간에 그걸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단다. 두 개의 색상설정 모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데, 나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그녀가 말을 쏟아내는 동안 책상을 쾅쾅 치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모드라는 것인지 기억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좀 가.'
2시간 여가 훌쩍 지났다. 그녀는 이야기를 멈출 생각이 없다.
'나, 내일 한국 간다고 했잖아, 준비해야 한다고.'
그녀는 지금 직업이 없고, 대만은 오늘 단오절 명절휴가라 인쇄하는 곳이 문을 안 열어서, 그녀는 오늘 오후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런 차에, 오래간만에 나 같은 착한 경청자를 만났으니 그녀는 절대 일어서고 싶지 않다.
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이 즐겁지 않아서 미치겠다. 하지만, 나도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