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핸드폰 문자가 땡땡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2개의 메시지다. 아마도 쇼칭의 답문일 것이다.
오늘 쇼칭을 만나기로 한참 전에 약속을 했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쇼칭이 일하느라 바빠서 깜빡 잊어버릴까 봐, 또 내가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쇼칭에게 알려주려고, '오후에 만나는 것이 기대돼!'하고 문자를 보냈던지라, 아마 그 답문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내 지도교수가 보냈다. 나보고 뭘 작성하란다. 첫 번째 메시지는 학교가 교수 측에게 보낸 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내게 보낸 것 같다. 학교에서는 교수님들이 1명의 조교를 구해서 쓸 수 있도록 해주는데, 조교의 월급은 학과특색발전장학금에서 주는 것이고, 9월부터 1월까지 근무하고 15,000원이며, 신청서는 9월 5일, 그러니까 오늘까지 마감이고, 이 내용을 교수님들이 직접 지원자에게 알려주라고 되어 있다. 두 번째 메시지에 '너 수고스럽겠지만 가서 자료 좀 작성해'라고 하셨다.
'나, 누군가의 조교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나는 파파고의 번역과 ChatGPT의 도움을 받아 내 논문만 겨우 중국어로 써낼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어로 말하는 것도 어둔하고 알아듣는 것도 영 듬성듬성한데, 교수의 연구조교를 한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사서 고생하는 일이다.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도교수의 연구 조교를 한다'는 경험을 조금 해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이건 내 중국어 실력으로는 좀 과한 욕심이지?
'그렇지만, 교수가 가서 자료를 작성하라잖아!'
거기에 '교수님, 제가 연구조교할 능력이 안될 것 같은데요...'하고 답문을 보내는 것은 또 아닌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작성을 했다.
내 지도교수는 어쩌면 연구조교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수에게 배당된 1명의 조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 그냥 홀랑 날아가버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내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박사생 조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 내게까지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연구조교를 하려면 직업이 없어야 하는데, 박사생들은 거의 다 일을 하고 있어서 이 조건에 맞는 박사생을 찾자면 우리 과 박사생 전체를 통통 털어 아마 나 하나쯤이지 않겠나 싶다. 내 지도교수도 아닌 소(蕭) 교수가 연구조교를 구하는 과정에서 내게까지 할 의향이 있냐고 누가 물어 온 것을 보면 '직업이 없을 것'이라는 첫 번째 조건을 채우는 박사생은 정말 드문 모양이다.
연구조교 일자리가 왜 어둔한 내가 할만한 일이 아닌지, 소(蕭) 교수가 연구조교를 구할 때, '정식 일자리가 없을 것'외의 조건들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1. 책임감 있을 것.
2. 배우기는 것을 좋아할 것.
3. 스트레스에 강할 것.
4. 인내심이 강할 것.
하지만 나는 1. 천성이 게으르고, 2. 반응이 느리고, 3. 눈치가 없고, 4. 쓸데없이 긴장한다. 연구조교 같은 것은 내가 할만한 것이 아니다.
소(蕭) 교수가 박사생 연구조교를 구하던 때는 8월 초다. 오늘이 연구조교를 구하는 마지막 날이니까, 조교 구할 시간을 한 달간 줬던 모양이다.
내 지도교수는 마지막날까지 기다렸으나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유일한 박사생인 내게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달콤한 생각도 한다.
'어머! 교수님이 내 생각을 정말 많이 해주시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