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신디와 아감야가 싸웠다. 둘이 싸우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둘 사이가 좀 좋아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9시가 되기도 전에 나는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 중드를 보다 잠들 준비를 한다. 이어폰을 꽂고 한참 중드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뭔가 다툼이 있나 보다 하고 상관을 안 했다. 둘 다 다 큰 성인인데, '싸우면서 안 맞는 부분을 해결해 가겠지' 하고 간섭을 안 할 참이었다. 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 된장, 내가 나서야 되는 거야?'
이 세어 하우스에서 내가 가장 나이 많은 언니라서, 다들 내가 당연히 나서서 이런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설 수밖에.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인도 아가씨 아감야는 내 침대맡에 앉아서 울고, 신디는 방 문 앞에서 대만 아가씨 신야와 취이를 상대로 아감야가 이런저런 잘못을 했다며 자기가 왜 화가 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열을 내 주장하고 있다.
신디의 말에 의하면, 세탁기 빨래가 다 됐으면 누구 것인지 물어보고 그 사람한테 자기도 세탁기를 써야 하니 빨래를 빨리 널라고 알려야 하는데, 아감야는 누구 빨래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꺼내서는 더러운 곳에 담아놨다는 것이다.
"아감야가 그 통에 다 빤 빨래를 담아뒀다면 화가 날 만하네."
아감야가 빨래를 담아뒀다는 통은, 원래 다 된 빨래를 꺼내놓는 통이 맞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시커먼 먼지가 앉았다. 딱 봐도 다 된 빨래를 거기다 담으면 옷이 다시 더러워진다는 것을 누구든 안다.
'설마, 아감야가 그랬을까?'
나는 아감야가 그런 상식 없는 짓을 했다는 것이 도통 믿어지지 않아, 현장을 보러 갔다. 그럼 그렇지. 아감야도 그 통이 더러운지를 알아서, 어디서 깨끗한 세숫대야를 하나 찾아서는 거기에 담은 후에 그걸 빨래통에 두었던 것이다.
"신디, 아감야가 제대로 처리했네."
신디가 화가 난 것은 빨래를 깨끗하게 담아뒀냐 아니냐가 아니라, 안 그래도 미워 죽겠는 아걈야가 '감히' 자기 빨래를 건드렸다는 것일 테다.
"아니, 소매 한쪽이 툭 튀어나와서 먼지가 묻었다고."
신디의 주장은 다음부터 빨래를 멋대로 꺼내기 전에 누구 빨래인지 물어보라고 가르치자, 아감야가 냅다 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욕으로 답을 해줬고.
아감야는 신디의 표독함을 도저히 못 이겨서는 우는 것으로 항변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욕하지 않았어." 아감야의 주장이다.
세탁실과 가까운 방에 살아서 둘의 대화를 다 들은 두 대만 아가씨도 신디에게 아감야는 욕하지 않았다고 네가 잘못 들은 것이라고 아감야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신디는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며 자기가 거짓말을 하겠냐며, 아걈야가 분명히 먼저 욕을 했고, 그래서 자기도 욕을 해줬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겪은 후에, 신디가 철저히 싫어져 버렸다. 신디는 아감야가 인도인이라는 것 때문에 그냥 싫어한다. 아감야의 행동이 너무 문제가 많아서 싫어하게 되었다가 아니라, 싫기 때문에 아감야의 어떤 행동도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엄청 정의로운 척을 한다.
신디는 말이 많고,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잘 다가오기 때문에 언뜻 알고 지낼 때는 참 서글서글한 좋은 아가씨 같다. 오래 지내면서 그녀의 인격을 조금 느끼고는 딱히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너 잘 걸렸다'하고는 오랫동안 쌓인 듯한 표독을 아걈야에게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는 딱 질려버렸다.
나는 신디가 싫어하는 게 바로 자기 모습의 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신다와 아감야는 정말 교묘히 닮았다. 생긴 것이 닮았다는 것이 아니고, 느껴지는 인격이 정말 닮았다. 둘 다 진정성이 없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미소를 짓고, 자기가 필요할 때만 친절이 나온다.
'신디, 네가 싫어하는 게 아감야 맞아? 내가 보기에는 너희 둘이 너무 똑같은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