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이 무슨 우주 진리라도 돼?

by 김동해

다안(大安) 공원에 운동을 나갔다가 정말 싫은 사람을 만났다. 그렇게 싫은 느낌이 팍 드는 사람을 부닥치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저녁을 먹고 나면 다안공원으로 걷기 운동을 나가는데, 그냥 습관적으로 시계방향으로 공원을 걷는다. 오늘 운동을 나갔다가 그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떤 중년여인을 맞닥뜨렸다. 다안공원에서 수년째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나는 사실 공원 안을 걷는 게 아니고, 공원 밖으로 도로와 접하고 있는 보도블록을 걷는데, 공원이 워낙 커서 공원 밖 보도블록을 2바퀴를 걸으면 1시간쯤이 된다. 공원 밖으로 뺑돌아가며 있는 보도블록은 사람 걸어 다니는 길, 가로수 심긴 공간, 자전거 다니는 길까지 해서, 그 폭이 꽤 넓다.

보도블록을 걷다 보면 나처럼 시계방향으로 도는 사람도 있고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도 있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을 만나면, 상대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걷는지 왼쪽으로 치우쳐서 걷는지 보고 부딪히지 않게 살짝 피해 걸으면 된다. 세 사람이 널찍이 일렬로 걸어도 충분하기 때문에 반대 방향에서 상대가 오는 것을 봐가며 피해 걷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부딪치고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 내가 어떤 사람을 맞닥뜨렸냐 하면!

나는 앞에서 오고 있는 여인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최대한 왼쪽으로 붙어 걸었다. 그런데, 그녀는 조금도 피해 걸을 생각이 없다. 자기가 걷던 그 선을 그대로 유지해서 나와 부딪히겠다. 나는 좀 더 왼쪽으로 가서 인도를 벗어나 가로수가 심긴 잔디를 밞으며 그녀를 피했다.

'저 아줌마 왜 저런다니?'

공원을 반쯤 돌았을 때, 또다시 그 여인을 만났다. 나는 이번에도 까짓것 왼쪽으로 붙어서 그녀에게 길을 내줬다. 좀 더 왼쪽으로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서 더는 갈 수 없었다. 나는 자전거 거치대에 바짝 붙어서 길을 비켜주었는데도, 그 여인은 한걸음도 비켜 걸으려 하지 않고 일부러 더 내쪽으로 걸어와서는 내 앞에서 그냥 딱 멈춰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를 가르쳐야겠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것이다. 그때서야 알았다. 그녀의 가시 돋친 온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너! 우측통행을 해야지!’라는 걸. 그녀의 행동은, '네가 우측통행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어. 내가 널 막아서서 널 꼭 오른쪽으로 걷도록 하고야 말겠다!'였다.

나는 정말 기가 찼다. 공원에 좌측 통행, 우측 통행이 어딨으며, 있다한들, 우측통행이 무슨 우주 진리라도 돼? 사람이 편리를 위해 정한 어떤 규칙을 생각도 없이 그냥 지키면서 '너도 그래야 해!' 하는 중년 여인의 괴팍스러운 고집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다시 부딪히고 싶지 않아 한 바퀴만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2바퀴를 걷는 게 조금 귀찮아졌던 참에, 운동을 적게 해도 마음이 찝찝하질 않을 만한 핑곗거리가 생긴 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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