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공은 똥구멍과 같은 거여서

by 김동해

일본인 성형외과 의사가 쓴 책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를 언니가 읽고 있길래 나도 펼쳐 읽어봤다. '오우, 정말?'스러운 내용들이 많았다.

타올로 얼굴 때를 밀면 절대 안 된단다. 나는 목욕탕 다니던 시절에는 목욕탕에 가면 얼굴을 타올로 밀었다. 따뜻한 목욕탕에서 적절히 부은 피부는 때가 솔솔 잘 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나면 얼굴이 투명하게 느껴졌다. 이 책에 의하면 그렇게 하면 피부가 얇아져서 빨리 늙는다는 것이다.

'오, 마이갓! 나는 이런 짓을 수년을 해왔는데....'

비누 세안도 하지 말란다. 비누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어서, 이게 피부에 안 좋단다. 폼클렌징에는 비누보다 더 많이 들어있단다. 비누나 폼클렌징을 썼다면 계면활성제가 남아 있지 않도록 여러 번 헹궈주란다. 그리고, 세수를 할 때는 손으로 물을 끼얹듯 해야지 뽀득뽀득 비비면 안 된단다.

가장 핵심은 화장품을 쓰지 말라는 거다. 모공은 똥구멍처럼 땀과 노폐물을 '배출'하는 곳이지, 뭘 집어넣는 곳이 아니란다. 그러니 화장품을 바른다고 그게 피부 속으로 흡수돼서 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더 건조하고 예민하게 만들 뿐이란다. 처음에는 세안 후에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얼굴이 땅기는 듯하지만, 피부가 자연 그대로 회복이 되고 나면, 그러니까 그게 건강한 피부인데 그러고 나면 당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부가 건강해진다는 것은 조직이 두꺼워져서 쉽게 잔주름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다.

'정말?'

화장품을 바르지 않고 물세안만 하는 것이 건강한 피부를,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 피부를 가지는 거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건강한 피부로 회복하는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단다. 어떤 환자는 십여 년 동안이나 이 원칙을 고수해서 건강한 피부를 회복했단다.

나도 따라 해 봤다. 화장품을 바르지 않으니 화장품 값이 아껴져서 좋았다. 한 반년쯤 했다. 아마 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지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을 바꾼 사건은 '화상'이다. 어느 날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팔을 데었다. 세어 하우스의 건조기는 여러 사람이 사용해서 계속 돌아가는 상태기 때문에, 안에서 돌아가는 쇠로 만들어진 통이 상당히 뜨겁다. 잠깐 닿았다 싶었는데, 팔이 뻘겋게 닳아 오르는데, 그냥 뒀다간 화상 흉터가 생길 것 같아, 약국에 가서 흉터가 안 생기도록 조치해 줄 약을 좀 달라고 했다. 나는 한국처럼 뜨거운 열기를 빼내는 거즈 같은 것을 줄 줄 알았다. 나는 흉터가 남을까 걱정스러 죽겠는데, 대만 약국 의사는 아주 시시한 일인 것처럼 연고 하나만 던져줬다.

상처가 아무는 동안 날마다 정성껏 연고를 발랐겠지? 그러면서,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에서 읽었던 문구가 떠오른 것이다.

'피부의 모공은 똥구멍과 같은 거여서, 흡수하는 곳이 아니고 배출하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이 피부과 약은 어떻게 작용한다는 거지? 피부에 흡수되어서 작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리고는 '화장품 바르지 않기'를 멈췄다. 반년 간 살살살 물 세안을 하고, 얼굴 때를 밀지 않고,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 봤지만, 뭐 나아지는 것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화장품 값 아낀 것 말고는.

따라해봤으니 말 할 수 있다. "그거 별로 효과 없던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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