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by 김동해

방학을 마치고 오니, 내가 세 들어 사는 세어 하우스에 독일 남자가 새로운 하우스 메이트로 들어왔다. 이 남자는 저녁에 나무 도마 한가득,이 종류 저 종류의 과일을 한가득 예쁘게 담아와서는 그걸 저녁으로 먹는 것이다.

"케이, 저녁에 과일을 먹으면 건강에 안 좋지 않아?"

"아냐, 유튜브에서 누군가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한 지 수년 짼데, 정말 좋아."

케이는 몸만 가뿐해진 정도가 아니라 배가 쏙 들어가고 더 근육질 몸이 되고, 여하튼 더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자기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잔뜩 먹고, 저녁은 이렇게 과일로 대신하는 간헐적 단식을 몇 년째하고 있단다. 정신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점이라며 나 보고도 해 보란다. 그래, 핵심은 '저녁으로 과일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이 그렇게 좋아?'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말은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널린 소리다. 나도 물론 들어봤고, 언제가 서너 차례 시도도 해봤다. 하지만, 실천으로 효과를 본 산 증인을 보니 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다시 한번 해봐?'

배가 쏙 들어가면 옷 테가 예쁠 테고, 한 끼를 안 먹으면 식비도 적게 들 테고, 한 끼 챙겨 먹는데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테다.


나의 간헐적 단식법은 아침은 평소 분량으로 먹고, 점심을 좀 많이 먹어주고, 저녁은 4시 전에 조금만 먹는다. 이렇게 해서 내 장이 일 안 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한 16시간쯤 확보해보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족들과 밥을 먹어야 해서 이게 잘 안 지켜지지만, 대만에서 만큼은 서너 해 동안 오후 4시 이후로 안 먹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이 정말 그렇게 좋을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난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아니 알지만 굳이 말하자니 귀찮아서 제쳐두고. 딱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간헐적 단식은 찬양할 만하다. 바로, '배변이 즐겁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 전에는, 사나흘에 겨우 한번 똥을 놨다. 이게 그렇게 불편하다고는 느끼지는 않았다. 하루 밤쯤 야외로 놀러를 가거나 하면, 나는 딱히 큰 볼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산과 들을 화장실 삼을 수 있어서 편했다. 간헐적 단식을 한지 어느 시간쯤이 지나자, 규칙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 똥을 누게 되었는데, 그 시원함이란 '산과 들을 화장실 삼는 편리함'에 쨉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시원하다!

똥이 마렵다는 신호가 아주 약하게 오면, 바로 변기에 앉아 똥꼬에 힘 한번 주면, 똥이 쑥 하고 빠진다. 아직 뭔가 남았다는 그런 느낌이 없다. 뱃속의 똥은 다 나왔으니, 똥꼬에 더 힘을 줘봤자 나올 게 없다는 그런 깔끔함이다. 똥은 대체로 익은 고무마 속처럼 누런색이다. 절대 먹음직스러운 누런색은 아니지만, 나는 내 똥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익은 고구마 속으로 비유하는 것이다. 날마다 배변을 보며, '내 장은 너무 건강한가 봐'의 심리적 만족감은 덤이다. 하하!


간헐적 단식과 함께 물 마시는 습관을 병행해서, 사실, 순조로운 배변이 간헐적 단식 때문인지 물 마시는 습관 때문인지 좀 헷갈리긴 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낮에는 땀 좀 흘렸다 싶으면, 의식적으로 물을 마신다. 저녁에 잘 때도 수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한두 시간 전에도 물을 마셔서 자는 동안 필요한 수분을 미리 채워둔다.

하지만, 아마도, 어쩌면, 짐작컨데, 순조로운 배변은 간헐적 단식 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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