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교육 엿보기

by 김동해

점심을 먹은 후에는 우쇼우(午休, 낮잠 시간)!

대만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점심식사 후 보통 30분에서 1시간가량을 낮잠 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다. 교실의 불이 꺼지면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잔다. 타이베이의 모 초등학교를 예로 들면,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2시 40분까지이고, 이어서 12시 40분부터 1시 30분까지가 낮잠 시간이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왜 낮잠까지 국가가 강제해?'였다.

대만 교육부가 생각하는 이 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학생들이 오전 내내 이어진 수업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오후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짧은 낮잠이 체력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또한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낮잠은 학습 효율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서방에서 온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 제도가 매우 신기하게 보이겠지만, 대만에서는 이미 생활 문화의 한 부분이 되었다. 대만인들은 이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직장인이 되어서도 빨리 점심을 먹고 돌아가 한숨 자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논란이 있다. 모든 학생에게 낮잠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수면 필요, 학습권, 자주성을 무시한다는 비평을 받는다. 낮잠이 필요 없는 아이들에게는 억지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것이 오히려 일종의 고통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낮잠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낮잠이 필요 없는 학생들은 도서관이나 교실 한쪽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자습을 할 수 있다.


학력고사 국어시험의 절반은 시에쭈어(寫作, 작문)!

대만의 대학 입학 능력 시험에는 국어 작문 능력 시험이 포함되는데, 그 점수가 무려 국어 총점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어 작문은 모두 두 문제로, 지성 종합 판단 능력 문제와 정서 감수 표현 능력 문제이다. 수험생은 90분 내에 각각의 문제를 8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대만 교육부는 이것이 단순히 하나의 시험 과목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표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반드시 제한된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와 창의성 발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록 채점 기준이 공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점자의 주관적 판단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채점의 일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 밖에 가정 배경이 더 나은 학생들은 전문적인 지도와 모범 답안 훈련을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어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궁금하실 테니, 2025년 국어 작문능력 시험의 문제를 보여주도록 하겠다.

•첫 번째 지성 통합 판단 능력(知性統整判斷能力) 문제: 현대에 공인과 팬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하는 ‘가상 사회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는 짧은 글을 작성하세요.

•두 번째 정서 감수 표현 능력(情意感受抒發能力) 문제 : ‘내가 하고 싶은 말은……’을 제목으로, 《52 헤르츠의 고래》에서 영감을 받아 느낀 감정과 상상을 담은 짧은 글을 작성하세요.

[참고]《52 헤르츠의 고래》는 다른 고래 종의 울음소리 주파수와 달리, 52 헤르츠의 매우 특이한 주파수로 울음소리를 내는 미확인된 종의 고래로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불린다. 타인과의 소외감을 은유하기도 한다. 대만에는 일본 작가가 쓴 《52 헤르츠의 고래들(52赫茲的鯨魚們)》이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참고] 또한, 대학입학시험센터(大考中心/College Entrance Examination Center, CEEC)는 매년 작문 우수작을 공개하여 수험생·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한다.


대학의 체육학점(體育學分) 이수는 필수!

대만 대학의 운동장에는 언제나 운동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배구, 농구, 테니스, 달리기, 멀리뛰기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운동장은 늘 활기가 넘친다.

이것은 대만 대학생들이 특별히 체육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대만의 대학은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졸업하려면 체육 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있는데, 이 때문에 운동장에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각 대학마다 요구하는 체육 학점 수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4~6학점을 요구한다. 겉보기에는 2학점짜리 수업을 두세 과목만 들으면 완성될 것 같지만, 체육 수업은 2시간에 1학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4~6학기에 걸쳐 체육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체육학점은 졸업 총 학점수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0학점(零學分)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대충 수업에만 참석하면 그냥 당연히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만 대학의 체육 수업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학생들은 반드시 코치가 설정한 기준에 도달해야 통과로 인정되기 때문에, 그들은 등에 땀이 나도록 수업에 참여한다.
대만 교육부가 체육 학점을 두도록 한 본래 의도는 학생들의 신체건강을 증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몇 가지 논란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대학생에게 체육 수업을 이수하도록 규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졸업 후 장기적인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대학생들은 교육부의 규정에 의해 스포츠 수업을 듣지만, 스포츠 수업을 듣지 않는 한국 학생들보다 체격이 대체적으로 현저히 작다.

(대만에 체육학점이 존재하고, 각 동네마다 몇 층이나 되는 번듯한 스포츠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이 분야의 기득권층이 많아서인 것 같다. 이건 나중에 좀 더 연구한 후에 쓰기로. 내 느낌이고 확실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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