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한국의 지형과 마찬가지로 국토의 70%가 산지다. 또 우리나라 태백산맥처럼 중앙산맥이 약간 동쪽으로 치우쳐져 북에서부터 남으로 길게 뻗어 있다. 한국은 제일 높은 산이래 봤자 2000미터를 넘지 못하지만, 대만은 3000미터가 넘는 산이 258개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산이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등산 문화가 발달해있지는 않은 것 같다. 대만은 높은 산을 정복하는 등산이라기보다는 나지막한 산길을 걷는 식으로, 나이 든 사람이나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되어 있는 듯. 정복욕을 부추기는 아름답고 높은 산이 이렇게 많은데도....
이리저리 물어보고 찾아본 결과, 대만에 등산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은 '계엄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대만은 1949년 5월 20일부터 1987년 7월 15일까지 약 38년간 계엄을 지속한 나라로, 이건 세계에서 가장 긴 계엄령 기간 중 하나다. 오랜 계엄 시기 동안 산지 지역이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어 출입 절차가 비교적 까다로웠기 때문에 등산 문화가 대중적으로 발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1949년 중국 국민당이 대만으로 들어오고 나서, 중국 내륙의 공산당과 대치상태였기 때문에, 대만 정부는 10월에 '타이완성 평지 인민의 산지 관제 방법(台灣省平地人民進入山地管制辦法)'을 공포하여 평지에 사는 사람이 산림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 당시의 국민당 정부는 산속에 간첩이나 반역 세력이 숨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실시한다. 이때부터 모든 사람이 입산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정부에 신청해야 했다. 이후 '인민 출입 대만지역산지 관제구 작업규정(人民入出臺灣地區山地管制區作業規定)'이 추가되어 산악 지역 거주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만인에 대한 입산 제한이 강화된다. 위반자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리되었다. 일반인은 이때부터 자유롭게 산림에 출입할 수 있는 자유를 잃었고, '산'은 거리감 넘치는 존재가 된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산림에 대한 이러한 제한은 52년 동안 지속되었다. 2001년 말 '대만 지역 산악 통제 구역에 대한 인민의 출입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대만의 산은 마침내 시민의 것으로 돌아왔다.
히지만, 지금도 높은 많은 산들은 먼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입산이 가능하다. 물론 지금은 국가 안보적 이유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산이 워낙 높다 보니 위험 요소가 많아 그렇게 하는 것이긴 한데, 영 귀찮은 절차다. 나처럼 늘 계획 없이 문득 등산이 하고 싶어서 그 산을 오르려는 사람에게 사전 신고절차는 등산을 막는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