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 호적지에서만 투표 가능

by 김동해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부재자 투표제도가 없다! 대만은 평균적으로 2년에 한 번 선거가 있으며, 유권자는 자기 호적지로 돌아가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거일 당일에 투표를 할 수 없을 때, 주소지가 아닌 아무 곳에서 먼저 투표할 수 있도록 부재자 투표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말이지. 우리는 심지어 선거 당일날 어디 멀리로 놀러 가기 위해 일부러 부재자 투표를 하기도 하잖아?

대만은 고향으로 돌아가서야만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서 대만 친구에게 물었다.

“왜 꼭 고향으로 돌아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는 거야? 대만의 투표제도 너무 불합리한 것 같지 않아? 학업을 위해, 직장을 위해 도시로 떠나온 젊은이들은 어떻게 투표를 하라는 거야?”

“고향으로 내려가면 되지.”

내 대만 친구는 선거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는 일이 식은 죽먹기처럼 쉬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이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고향이 마주(馬祖) 섬인 한 여성을 예로 들면, 그녀는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에 체류 중인데, 선거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먼저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로 가서 송산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마주 섬으로 갈 수 있다.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교통비가 엄청 드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도서 지역은 왕복에 이삼일이 넘게 걸리고, 기상 조건에 따라 결항될 수도 있어, 다음 날 출근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투표를 포기하게 된단다.

“고속 기차표 값도 싸지 않잖아.”

“간 김에 엄마아빠도 보고.”

“이건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줄이려는 음모가 있다고 생각 안 해?”

“아니, 전혀.”

내가 부재자 투표의 좋은 점을 설명해도, 대만 친구들은 나를 이해 못 했다. 지금 대만의 투표제도는 아무 문제없는데, 너 왜 그러니 이런 식이었다. 오히려 대만의 투표제도가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아주 합리적 제도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만 젊은이들이 왜 기존 제도에 의심을 품지 못하는지 참 의아했다.


사실 대만도 호적을 옮길 수는 있다. 그러면 실제 거주지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주변 친구들은 그걸 꺼렸는데, 그렇게 하면 자기 고향의 지방 선거에는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베이에서 여러 해 동안 살면서도 스스로를 ‘타이베이 사람’이라고 느끼기 않고, 여전히 고향 정책에 더 관심이 있었다. 다른 지역 사람이 되어, 자기 고향의 지역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겼다.


오늘 신문을 읽다가 대만 친구들이 왜 지금의 투표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다. (참고 신문: https://www.bbc.com/zhongwen/articles/c1m70zkdv54o/trad)

대만 사람들이 부재자 투표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가 안보 위험 때문이었다. 대만은 중국과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에 놓여 있어서,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면 중국이 선거에 개입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한다고 느낀다. 중국이 대만의 정치에 개입하는 정도가, 중국이 원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의 방향을 바꾼다 뭐 이런 정도가 아니고, 사업이나 취업 등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의 투표권을 통해 실질적인 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단다. 이런 류의 일이 과거에 정말 일어난 적이 있단다. 중국 내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을 억지로 고향으로 돌려보내 선거를 하게 했단다. 그 사람들이 어느 편에 표를 던지는 것까지 중국이 어떻게 간섭할까 싶지만, 아주 많은 우매한 사람들은 돈을 받으면 투표하라는 곳에 표를 던진다.

두 번째 이유는 부재자 투표제도가 선거 부정을 초래해 선거의 공신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불공정한 선거를 경험했기 때문에, 대만 사람들은 당일 당장 개표되지 않는 표를 신뢰하지 않는다. 표가 중간에서 누구의 손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대만은 무려 37년간 계엄인 상태였고, 권위적인 정부가 국민들 위에 군림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대만도 부재자 투표 제도에 대한 논의가 20년 전부터 있어 왔단다. 내가 느끼기에는 국민들이 딱히 바뀌기를 원하지 않으니 이 제도가 도입되기는 영 힘들지 않겠나 싶은데, 신문 보도에 나온 설문조사 결과는 내가 느낀 바와 아주 다르다.

이 신문에서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부재자 투표’에 대한 지지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대만 내정부가 2010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만 국민의 78%가 정부가 부재자 투표를 계획·추진하는 데 찬성했으며, 20~29세, 30~39세 집단에서는 찬성 비율이 모두 80%를 넘었다고 했다. 정치대학교 대만 정치경제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가 2021년에 실시한 추적 조사에서도 약 70%의 국민이 부재자 투표 도입에 동의했으며, 20~29세 집단의 지지율은 81.3%에 달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다시 부재자 투표 제도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나는 호적지 투표 제도를 불평하는 대만 친구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부재자 투표 제도가 생길 것 같지 않다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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