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부터 30일까지 3주 가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이드 직업 전 수업이 진행된다. 12월 말에 수업료를 송금해서 신청을 해놨더랬다. 오늘 그 첫 수업일이었다.
한국어 가이드 시험을 칠 때는 대만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언어 과목을 제외하고는 중국어로 시험을 치기 때문에 중국어 공부도 되는 것이어서 별생각 없이 시험 준비를 했다.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에 합격하면 끝이 나는 줄 알았더니만, 가이드 직업 전 훈련을 받아야 자격증이 나온단다. 수업 시간이 무려 98시간이다. 거의 3주간 하루 7시간 수업을 받아야 하는 양이다. 수업료도 7,000원씩이 된다. ( 우리나라 돈으로 315,000원쯤이 된다. )
'아, 된장, 이거 너무 아깝잖아.'
고민고민하다가 수업료를 보냈다. 1차 필기, 2차 구술까지 합격했는데, 이걸 마무리 짓지 않는 것이 어째 싫은 것이다. 수업이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중국어 듣기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98시간 중국어 듣기 수업을 하는데, 삼십만 원이면 된 거지 뭐.'
수업은 1월 13일 화요일부터 시작되는데, 나는 금요일이 되도록 강의실이 어디라는 통지를 받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연락할 메일 주소를 찾아 메일을 보냈다.
"곧 수업이 시작인데, 어떻게 수업을 받으라는 건지 여태껏 아무 통지도 받지 못했어요. 어떻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월요일 곧장 수업통지서가 왔다. 이 통지서를 가지고 수업 전 20분 전부터 등록을 하면 사진이 들어간 이름표와 지정석을 준다. 나는 58번 좌석을 배정받았다. 좌석은 바꿔 앉으면 안 된다. 관리위원들이 수업이 시작하고 10분 후에,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에 들어와서 좌석 번호표를 보고 출석체크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오전에 세 시간, 점심을 먹은 후에는 4시간이다. 1교시는 가이드협회 비서장이 규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2교시와 3교시는 대만에서 크루즈여행의 대가라 할 수 있는 呂江泉 씨가 대만 크루즈여행의 전망에 대해 강의를 했다. 90세가 다 되어 간다는데, 짱짱한 정도가 대단했다. 유머스럽기까지 했다. 늙은네의 내가 낸데 하는 거드름도 없어 수업은 들을만했다.
오후 수업은 가이드협회의 이사장이 맡았다. 수업 제목은 ‘안내기법과 동선계획’이었지만, 그는 이론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야 할 부분은 영어로 된 영상물을 틀어버리고, 대부분 자기 경험담이었는데, 좀 거부감이 들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죽어라 하기 싫어하는 학생이었고, 가이드업계로 들어서고 나서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고, 석사를 한꺼번에 졸업하느라 10년이 걸렸고, 다시 박사를 따는데 10년이 걸렸단다. 그때가 나이 50이었고, 60에 결혼을 해서, 지금 딸이 하나 있단다. 자기는 영어를 종이에 적힌 글로 배운 것이 아니라, 소리로 배웠는데 하면서, 영어 배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자기 딸 사진까지 보여줬다.
대학 수업처럼 수업이 끝난 후에 강사 평가를 할 수 있다면, 다음 학기에는 이 강사를 빼버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의 강의가 형편없었기 때문은 아니고, 나는 점심을 먹고는 원래 상당히 잠이 오기 때문에, 집에서도 학습 같은 것은 도저히 못해서 중드를 보는데, 졸음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을 감고 잤다.
점심은 가이드 협회 측에서 단체 도시락 주문을 받아 대신시켜줬는데, 닭고기가 주메뉴라 나는 주문하지 않았다. 구글 지도상에는 음식점이 즐비했는데, 주변 학교가 방학이라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아, 막상 먹으러 나가보니 딱히 먹을 만한 게 없었다. 아니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다. 가이드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이 백여 명이 넘으니 이들이 가까운 음식점부터 들어차면서, 엉뚱한 길로 갔다가 돌아오느라 내가 갔을 때는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을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후였다.
'어쩐지 그 길로 사람들이 많이 가더라니.'
역시 모를 때는 남들이 가는 데로 따라가는 것이 수다.
가이드 직업 전 훈련은 수업만 꼬박꼬박 참석해서 들으면 끝이 아니고, 마지막에 구술시험이 있는데 70점을 넘어야 가이드 자격증이 나온다.
다행히, 시험문제 10개를 미리 알려줬다. 이것마저도 혼자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10개 조로 나눠, 한 문제씩 조사해서 원고를 작성한 후에 전체 반이 공유한단다. 모든 학생의 답이 다 똑같아지는 거 아니냐 싶지만, 매 학생마다 자기 논리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어머, 무슨 시험을 이렇게 친절하게 친담.'
학생들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 태산인 듯이 시험 문제도 가르쳐 주고, 준비도 같이 하게 팀까지 만들어 주고, 어떻게 10분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지 기법도 가르쳐준다.
나는 한국어 가이드 신청을 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말하면 되는 거여서 구술시험이 어려울 것 같지 않다. 10개의 관광지를 10분간 가이드할 수 있도록 좀 외워야 한다는 거.
중국어 모국어자가 영어나 한국어 등 외국어 가이드를 신청했다면, 어느 관광지에 대해 외국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수업에 참석한 한국어 가이드는 나를 포함해 넷이다. 둘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고, 나머지 한 명은 삼십 대 후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어 가이드는 또 한국어 가이드들끼리 협력할 수 있도록 또 팀을 만들어주는데, 나만 한국인이라, 한국어로 말해야 하는 시험이라 내가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야 할 것 같은 귀찮음이 예상된다.
'에라잇, 귀찮겠다.'
4시 50분에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나의 귀가 시간을 늦추지만 않는다면 도와주기로 한다. 복을 쌓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