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內科3을 탔더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더라 싶어,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아침 먹을 시간을 몇 분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버스 타는 곳도 집에서 더 가까웠다. 어제는 시간이 부족해서 요거트 먹는 걸 포기하고 바나나는 반쯤 먹다 말았다. 오늘은 정상적으로 느긋느긋 아침을 다 먹고 출발했다.
8시 1분에 오는 208번 버스를 탈 참이었다. 시그널 상에 버스가 지연된다고 떴다. 버스는 거의 텅 빈 채로 와서 앉아갈 수 있었다. 어제 탄 버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앉아간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문 입구에 껴서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했다.
208 변 버스는 버스 안은 한적하니 좋지만, 달리는 노선이 정체가 너무 심하다. 핸드폰 구글 지도가 내 버스가 어디까지 왔나를 보여주는데, 수업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목적지까지는 아직도 아득히 먼 것이다. 이 수업은 10분을 지각하면 결석처리를 해버린다. 9시간을 결석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없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미 9시를 훌쩍 넘었다. 구글지도가 버스 정류장에서 수업 장소까지 11분이 걸린다고 했으니, 정상적으로 걸어가서는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뛰었다. 850m를 뛰다가 걷다가 시계를 보다가를 했다. 수업 장소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9시 15분이였다.
'아, 아깝! 5분 차로 결석처리를 당하는구나.'
나는 딱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늘 출석체크하시는 분이 내가 도착해서 앉은 후에야 출석부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와싸이!'
오늘 오전 수업은 미녀 교사가 스크린에 캐네디와 닉슨이 선거 전 텔레비전 토론하는 사진을 띄어놓고 강의를 하고 있었다. 캐네디가 선거에서 이긴 것은 복장과 편안한 포즈가 주는 신뢰감에서였다로 시작해 국제 예의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이 미녀 교사는 온몸에서 우아함이 넘쳐났고, 목소리도 예쁘고, 강의 기교도 뛰어나고, 연기력까지도 뛰어났다.
지각을 해서 이 미녀 교사가 원래는 뭐 하는 사람인데 오늘 이 강의를 왔는지 듣디 못해서 오늘에서야 찾아보는데,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출신이었다.
사실, 수업 내용은 '가이드도 옷을 상황에 맞게 잘 갖춰입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걸 3시간에 걸쳐 수업을 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미녀 교사의 강의 능력에 쏙 빠져서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점심은 채식 도시락을 주문했다. 맛은 있었지만, 앞으로는 식당에 가서 먹을 참이다. 도시락을 주문할 때는 같이 도시락을 펼쳐 먹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이 업계의 정보도 좀 물어보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러 낯선 사람들이 밥을 먹자니, 핑퐁핑퐁 대화가 오가는 게 아니라, 말하기 좋아하는 몇몇만 쇼를 하듯이 말을 쏟아내서 피곤했다. 밥을 다 먹고는 조금 더 앉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시늉을 하다가 기회를 봐서 얼른 일어섰다.
4교시와 5교시는 '대만 사계절 특산품' 강의가 있었다. 강사는 대만 레저농업발전협회 사무총장이며, 동시에 국립 가오슝 음식여행대학의 겸임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분이었다. 막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잠이 오는데, 남자 목소리가 너무 온화해서 졸음을 쫓느라 애를 먹었다.
이 강사가 매 계절의 대만 과일에 대해 설명하면서 매실에 이르러, 자기가 매실주 맛있게 담그는 법을 안다며 알려준단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질문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강사는 모든 질문을 다 받아주고, 사람들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도 본다는 듯이 계속 질문을 해댔다.
'뭐, 저렇게 질질 끌려가는 강사가 다 있어?'
사실 가이드 직업 훈련이 시작되던 첫날 첫 시간에 협회 비서장이 강력히 설명했었다. 수업 도중에 질문해서 수업의 흐름을 끊지 말고 수업이 다 끝나갈 때쯤 질문을 시작하고, 질문을 할 때는 손을 들고 강사가 말할 기회를 줄 때 말을 하라고. 이런 규칙이 왜 필요한가 하면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가이드를 하려는 사람들이라 나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고,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아 과도하게 용감하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온화한 남자 강사는 질문해 대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답해주느라, 자기가 계획한 강의를 다 전개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듯이, 강사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시간이 딱 되면 반장이 종을 땡 하고 울리고, 그러면 수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강사가 이란(宜蘭)의 파가 맛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란의 파 밭이 태평양 바다를 향해 있는데, 밤이면 태평양 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밤낮의 기온차가 많이 다른데, 이렇게 자란 농작물이 '단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도 그럴 수 있을까를 궁금해했다.
'사람도 풍파를 많이 겪으면 성정이 달콤해지는 것일까?'
6, 7교시는 군인 출신의 가이드 할아버지가 ‘가이드의 직업제도 및 구비특징과 직업윤리’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가이드와 관련된 법률설명을 하는데 각각의 법조문마다 자신의 가이드 경험담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줘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강사의 말을 듣고서야 알게 되는데, 자격증이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3년이 지나기 전에 가이드를 한 번이라도 수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 받는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3년 안에 한 번이라도 가이드 업무를 했다면 3년 후에 자격증을 갱신하기만 하면 된다. 가이드를 한 번이라도 했다고 신고하려면, 여행사 도장이 찍힌 여행자 명단과, 여행 일정표, 여행 보험 증서의 3가지 서류를 갖춰서 신고해야 한단다.
'가이드가 좋은 직업도 아닌데, 요구조건이 뭐 이렇게 까다롭나?'
영희 씨가 박사 졸업논문 구술시험을 치는데, 좀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27일 오후에 '대만 객가문화 소개' 수업이 있다.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이지만, 도와달라니 안 도와주기도 뭣하고, 다른 사람들 박사논문 발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기도 해서, 오후 수업 4시간 결과 신청을 했다.
오늘은 214번을 타고 귀가하기로 한다. 어제 內科3번을 타러 갔더니,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거의 30분을 기다린 것 같다. 214는 버스가 자주 있어서 그걸 탔는데, 완전 실수였다. 차가 어찌나 밀리는지, 집에 왔을 때는 기운이 쏙 다 빠졌다. 내일은 지하철을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