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삼일째

by 김동해

오늘부터 등교는 內科2나 內科3을 타기로 한다. 지하철을 타자면, 많이 걸어 나가야 하고, 중간에 다른 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어째 좀 번거롭게 느껴졌다. 內科2나 3은 한번에 목적지까지 도착하고, 또 강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정차하지 않고 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의외로 빨리 도착했다. 배차 간격이 너무 뜨문뜨문한 것이 문제지만, 아침 출근시간에는 집중해서 있으니 문제없다.

대만의 어떤 버스들은 일정한 배차 간격으로 총총 있는 것이 아니다. 내이커(內科)로 시작하는 버스가 바로 그렇다. 內科1부터 십몇번까지 주룩 있는데, 타이베이 주요 거주 지역에서 네이후 과학기술단지(內湖科技園區)로 출퇴근을 시켜주는 통근 셔틀 성격의 버스 노선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해서 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운행을 안 하거나 배차 시간이 매우 드물다.


오전 3시간은 '대만 국가급 관광 명소'에 관해 수업했다. 강사는 까오숑(高雄) 지리과 박사를 하고, 지금은 밍추안(銘傳)대학의 관광학과 부교수로 있는 분이었다.

'지리학 전공인데 관광학과 교수를 한다고?'

수업을 듣고서야 지리 전공이라서 관광과 교수가 가능한걸 알게되었다.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대만의 지리에 대해서도 설명할 줄 알아야 하는 거였다.

강사는 대만의 형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대만의 대략적 지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놀라운 사실, 대만에 빙하의 흔적이 있다는 것! 슈에산(雪山)의 뽀족한 봉오리가 바로 빙하가 U자형으로 침식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 대만은 동쪽과 서쪽이 서로 다른 지각판 위에 있다! 서쪽은 유라시아판이고 동쪽은 필리핀해 판이다. 화롄(花蓮) 현 위리(玉里) 진에 있는 강에 아주 긴 교각이 있는데, 그 위에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해 판 경계기념비(歐亞板塊及菲律賓海板塊交界紀念碑)가 있다.

대만은 두 개의 판이 계속 밀고 있는 상태라, 산들은 아직도 높아지고 있는 중이란다. 다만 사람의 생명은 길지 않아서 사는 중에는 높아지는 걸 목격할 수 없지만.


점심은 채식 쯔주찬(自助餐)을 먹었다. 쯔주찬(自助餐)은 반찬들을 쫙 나열해 두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집어서 무게로 계산하는 식당을 가리킨다. 소규모 뷔페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나 맛있던지. 쿠과(苦瓜)라고 부르는 하얀 여주가 있는데, 이게 약간 쓴 맛이 느껴지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맛있다. 대만 아가씨가 내 말을 듣더니, 쿠과(苦瓜)를 좋아하는 외국인은 잘 없는데 하면서 쿠과(苦瓜) 요리법을 알려준다. 쿠과(苦瓜)는 반을 잘라서 그 안에 있는 막 한 겹을 벗겨내고 먹는 거란다. 그 막은 너무 써서 맛이 없다면서. 난 그것도 모르고먹으면서, '아, 쓴 맛이 너무 맛있다'하면서 잘 먹었다. 그리고, 내가 채식을 좋아한다고 하니, 채식주의자들이 요리에 넣으면 좋은 재료라며 우리나라 된장 같은 것으로 간을 맞추라고 알려준다. 또우츠(豆豉)라고 부른다. 豆油伯 메이커의 黑豆豉가 맛있더라고 알려준다.


오후 수업 4시간은 '고궁박물관 문화재 간단 소개'시간이었다. 강사는 고궁박물관에서 평생을 일하고, 퇴직 후에는 고궁박물관에서 해설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단다. 나는 고궁박물관에 어떤 보물들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강사는 고궁박물관 문화재에 대해 자잘히 아는 것은 많지만, 강의에는 영 소실이 없었다. 이 보물에서 저 보물로 중구난방으로 왔다 갔다 했다. 체계가 없었다.

또, 중요한 말을 할 때는 나지막이 말하고, 쓸데없는 추임새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질문에 누군가가 정답을 말하면 “아주 좋아요"를, 모든 문장 앞에는 "여러분"을, 학생들이 웅성웅성하면 "됐어요, 됐어요"나 "자, 자"를 연거푸 연거푸 말했다.

화장실 갔다가 부닥친 두 대만인에게 이 강사는 중요한 말을 할 대는 누가 들으면 안 되는 것처럼 조용조용히 말하고 필요 없는 말은 크게 말한다며 불평을 했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 맨 뒤에 앉은 할아버지 학생이 마이크 소리를 더 키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강사님이 말할 때, 말 끝이 잘 안 들려요."

'봐, 강사의 말이 제대로 안 들려 짜증스러운 사람이 나뿐이 아니잖아.'

강사는 두 번째 시간부터는 목소리를 좀 키웠다. 그때서야 깨닫는데, 내가 못 알아들을 것은 그의 목소리 탓이 아니고 내용이 어려워서였다. 그래서 몽롱하게만 이해했다.

앞에 앉은 한 여인은 이 강사의 말 어디가 웃기다는 건지, 이 강사가 굉장히 유쾌하게 농당을 한 것처럼 강사의 말이 떨어지면 폭소를 터트렸다.

'나는 싫어죽겠는데, 누군가는 이 강의를 즐기고 있구나.'

이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가이드 자격증이 있으면 고궁박물관에 표를 사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단다! 성인 입장료가 350원이나 되는데 말이지.

'와싸이!'

고궁박물관에는 상설 전시 외에도 특별전시 같은 것을 하기 때문에, 다달이 가도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다. 시후(西湖) 역에서 타고, 다안(大安) 역에서 빨간 라인으로 갈아타서 동면(東門) 역에 하차했다. 이게 가장 빠른 귀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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