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시 53분에 도착할 거라던 內科2릍 타러 갔다. 첫날은 44분 걸 탔었다. 10분쯤 늦게 왔지만, 목적지에 닿았을 때는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
'오호, 내일부터는 차가 지연될 것을 생각해 아예 10분 늦게 나와버릴까?'
그러다 놓치면, 지하철을 타러 가야 하는 귀찮음이 생기기 때문에, 아마도 착하게 구글지도가 말해주는 시간에 맞춰 나갈 것이다. 內科2는 출퇴근 시간에만 총총 있고, 그 뒤로는 배차 간격이 길어서, 가만히 다음 차를 기다렸다간 수업에 지각한다.
오늘 오전 수업은 어느 대학 미술과 교수가 와서 '대만민속문화, 민간신앙, 주요 축제활동'에 대해 수업을 했다. 강사는 먼저 대만 민간에서 섬기는 13가지 신에 대해 설명했다.
'대만인들이 섬기는 신들은 어쩜 이렇게도 많나?'
내가 그전에 들어 알고 있던 신은 마주(媽祖) 하나뿐이다. 마주(媽祖)는 석사논문을 쓸 때 대만의 민간설화를 이용해 중국어 교재를 만들면서 알게 됐다. 마주(媽祖)는 대만 민간에서 '천상의 성모'라고 부르며 가장 보편적으로 숭배하는 신이다. 마주(媽祖)는 해상길을 지켜주는 신으로 여겨지는데,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 대만섬으로 이주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특히 마조 신앙이 깊은 것이다. 매년 각지에서 마조의 탄생일에 맞춰 경축 행사가 진행된다. 이 행사는 마조 신상을 실은 가마가 지역을 순시하는 의례인데, 대규모의 사람들이 이 가마를 따라 300km를 8박 9일 동안 걷는다. (2026년 4월에 한번 참석해 볼까 생각 중이다. )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내가 기괴하다고 생각했던 신상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대만 사찰에는 온갖 얼굴의 신상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우리나라 사찰처럼 금빛 불상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 얼굴색의 신상도 있고, 검은 얼굴의 신상도 있다. 신상들은 제각기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데, 신성한 신상 같지 않고, 기괴한 마네킹 같다. 나는 특히 검은 얼굴의 신상이 정말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민중을 구한 착한 신이었다. 민중들을 구제하기 위해 전염병 귀신을 먹었기 때문에 고통으로 얼굴이 검게 된 것이란다.
쉬는 시간에 학생 하나가 강사에게 물었다.
"관광객에게 이렇게 자세히 대만 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 말이!
점심은 우육면을 먹으러 갔다. 어제 채식 쯔주찬(自助餐)을 먹으러 갈 때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었더랬다.
'오, 저 집 우육면이 맛있나 보다!'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점 찾는 방법은 밥때 갔을 때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영락없다. 맛있는 집 치고 줄을 안 서도 되는 식당은 잘 없다. 하지만, 이 집 우육면은 내게는 좀 평범한 맛이었다. 국물은 짜고, 면은 쫄깃하지 않았다. 무료로 제공하는 차와 디저트가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한다. 이 동네는 네이후과학단지(內湖科技園區)로 정보통신, 전자, 디지털 콘텐츠, 생명공학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모여 있다. 예를 들면, NVIDIA나 BenQ 같은 회사들. 그래서 그런지 밥을 먹으로 나온, 음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젊은이들은 하나 같이 다 목에 사원증을 걸고 있다. 시후(西湖) 지하철 역 부근의 음식점과 음료수 가게는 이런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오우, 여기 장사가 정말 잘 되네.'
4교시와 5교시는 '대만 발전사' 수업이 있었다. 그러니까, 대만 역사 수업이다. 강사는 대만 근대 역사를 청나라 점령기(1683~1895), 일본 식민기(1895~1945), 국민정부기(1945~현재)로 나눠 설명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대만이 프랑스에 팔릴 뻔한 적이 있단다. 1895년 청일전쟁이 끝난 뒤에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대만이 일본에 양도되는데, 일본이 대만 식민통치를 시작한 직후 대만의 반란과 저항이 적지 않았단다. 일본은 지방 치안 유지와 군사 비용이 크게 들면서, 일본 의회에서 대만을 프랑스에 팔자라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둘, 이광휘(李光輝)라는 인물. 이 사람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군대가 대만인도 징집할 때 일본군 병사로 복무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장에 배치되었다가 모로타이 섬에서 미군과 교전하던 중 전투 와중에 부대와 연락이 끊어졌다. 일본이 1945년에 항복하고 전쟁이 끝났지만, 그는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섬에서 30년을 숲 속에서 숨어 지냈다. 1974년 섬 주민에 의해 발견되어 대만으로 귀환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실제로 전 세계에서 일본 패망 이후에도 숲 속에 숨어 지낸 ‘잔류 일본군’ 이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나는 보통 점심을 먹은 후에 곧장 시작되는 4교시와 5교시에 한 교시쯤은 나 몰라라하고 눈감고 자버리는 편인데, 오늘은 4교시와 5교시에 재미난 역사 수업을 해서 깨어있을 수 있었다. 대신, 6, 7교시에 졸았다.
6교시와 7교시에는 대만대 의원의 간호사가 와서 '여행보건상식' 수업을 했다. 가이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관광객에게 의료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약을 먹으라고 주면 그게 의료행위가 된단다. 그 외에는 다 좀 의료상식 같은 이야기를 했다.
수업을 마치자 말자 지하철을 타고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알아들으려고 기를 쓰고 앉아 있는 일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어서, 집으로 올 때쯤에는 기진맥진한다. 집으로 돌아와 뭘 만들어 먹을 기운이 없어, 밖에서 먹고 들어간다. 오늘은 윰캉지에(永康街)의 도삭면 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늘 먹고 싶었지만, 집에서 걸어 나오기 귀찮아서 참고 있었는데, 오늘 동먼(東門) 역에서 내렸기 때문에, 올커니하고 먹고 들어왔다. 도삭면의 쫄깃쫄깃한 면발은 딱 내 취향이다.
휴우, 한주가 끝났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쉴 수 있으니 푹 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