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관문, 직업 전 훈련 구술시험

by 김동해

가이드 직업 전 훈련 후의 구술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는데, 한국인 그룹은 4명밖에 안 돼서, 순서를 뽑고 말 것도 없이, 그냥 첫날 첫 타임으로 정해졌다. 나는 2번째로 정해졌다.

시험은 2025학년도 제11기 수업을 함께 들은 백여 명의 학생을 3개의 반으로 나눠 진행했다. 모국어 반, 영어 반, 그리고, 기타 외국어 반으로. 기타 외국어 반에는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베트남어가 포함되었다. 영어반 학생은 숫자적으로 많아서 일부는 기타 외국어 반으로 배치되었다.

시험문제는 첫날 이미 제공되어 학생들이 다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니, 시험날은 그 문제 중에 하나를 추첨해서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관광지에 대한 설명 하나와 여행 가이드 상식 문제 하나, 총 2문제다. 먼저 자기소개를 1분 하고, 다음으로 자기가 선택한 가이드 언어로 관광지에 대해 설명한다. 9분쯤에 종이 울리면, 여행 가이드 상식 문제를 낭독하고 중국어로 짤게 말하는 것으로 1인당 10분의 시험이 끝이 난다.


느긋히 점심을 먹고 왔더니, 시험 시간이 당겨졌다며 나보고 빨리 준비하란다. 양치질을 하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갔더니, 세 교실 모두에 학생들이 조용히 앉아 엄숙한 분위기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복도를 배회하는 학생은 나 하나뿐이다. 늦게 도착해서는 교실도 못 찾아 어리바리하다가, 모두 조용하게 시험 준비를 하는 엉뚱한 교실 앞문을 촥 열고 허겁지겁 들어가 얼굴을 한번 팔고 나와서야 제대로 된 교실을 찾았다.

발표 전에 후루룩이라도 한번 훑어볼 참이었는데,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내가 문제를 뽑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으악! 시간이 없네?'

다행히 문제를 뽑은 후 10분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말할지 머릿속에 구겨 넣을 수 있었다. 내가 뽑은 문제는 '아리산 국가 풍경구'에 대해 설명하는 것 하나와, '시먼띵(西門町)에서 관광객 1명을 잃어버렸을 때 가이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먼저 도입 부분에 아리산의 위치, 교통, 기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본격적으로 아리산의 자연경관, 인문경관, 먹거리로 나눠서 이야기하자. 자연경관에는 일출, 숲 트래킹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문경관에는 펀치후라오지에(奮起湖老街), 아리산 박물관, 수링타(樹靈塔), 쇼쩐꽁(受鎮宮), 쩌우(鄒)족 부락마을 이야기를 하자. 먹거리는 아이위(愛玉), 펀치후 도시락, 쩌우족 전통 음식, 고산차와 고산커피 이야기를 하자.'


문제를 뽑아 들고 기다리는 시간은 좀 긴장이 되었는데, 막상 발표를 하러 앞에 나가섰더니 오히려 긴장이 되지 않았다. 교사로 단련된 내공이 이런 곳에서 튀어나오는 것에 기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중국어로 한참 자기소개를 하다가, 아차 싶어서 한국어로 바꿨다. 아리산의 일출에 대해 설명하고, 숲 트래킹에 대해 설명을 다 마치기도 전에 9분이 되었다는 종이 쳤다. 나는 겨우 3,4분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말이지. 나를 진지하게 바라다보는 사람들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기분이 상당히 유쾌했다.

'내가 이런 체질이었던가?'


심사위원은 점수만 매기는 줄 알았더니, 한 학생 한 학생의 심사평을 했다.

"동해 씨는 이야기를 시인처럼 하시네요." 1번 심사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난 좀 그런 능력이 있지!'

나는 '아리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주산역에 내려서 일출전망대에 도착하면 일출을 볼 수 있다'이렇게 건조하게 말한 것이 아니라, '해는 사실 동쪽 맞은편의 위산 꼭대기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인데요, 위산이 3000미터가 넘는 굉장히 높은 산이어서, 사실 위산으로 해가 떠오를 때, 평지에서는 이미 해가 떠서 사방이 훤한 가운데 일출을 보게 돼요. 하지만,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는 일출은 장관이에요.'하고 최대한 늘어지게 말했다.

"아리산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은데, 동해 씨는 사실 좀 어물쩍 넘어갔어요." 2번 심사위원이 말했다.

나도 안다. '일출'과 '숲 트래킹' 두 가지 화제만으로 시험 시간을 채울 수 있기를 바라서 쓸데없는 묘사를 많이 가져다 붙여서 시간을 잡아먹은 게 맞다.


다른 이들에게는 외국어로 관광지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공부를 했어야 하지만, 나는 모국어로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관광지가 어떤 곳인지 이해만 하면 되는 쉬운 시험이었다. 그러니 애써 공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애써 공부를 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그러는데 심사위원 중에는 여행사 사장님도 있을 수 있어서, 시험 당일날 맘에 드는 인재가 있으면 바로 스카우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력적인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관광지 소개도 인터넷으로 찾으면 뻔히 찾아지는 내용이 아닌, 좀 더 깊이가 있도록 이것저것 많이 검색을 했다.

한국어 가이드 4명이 발표를 마쳤을 때, 심사위원 두 분 다 세 번째 발표를 한 아가씨에게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되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이미 한국어 가이드로 일한 경력이 있었고(그때는 자격증 없이 불법으로 일한 거였다), 지금 어느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초짜인 우리랑은 뭔가 달랐던 모양이다. 심사위원들 눈에는 그게 단박에 느껴졌던 모양이다. 주위 사람들은 더 좋은 조건이면 회사를 바꾸라고 부추겼다.

'나도 매력적으로 잘 소개한 것 같은데... '


남들이 시험 치는 모습과 심사위원 평을 듣고서야 깨달았는데, 이 구술시험은 수험자가 마치 가이드가 된 것처럼, 앞에 앉은 사람들을 관광객으로 여기고, 관광지 설명을 하는 거였다. 그러니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누구고 왜 가이드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지 설명하는 나의 자기소개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사위원을 청자로 삼고, 이 관광지에 대해 내가 이만큼 이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 것도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된장, 내가 알았나 뭐.'


어쨌건 간단히 합격을 했다!

마지막 날 알게 되는데, 구술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영 제대로 소개를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날 당장 재시험의 기회를 줘서 어떻게든 합격을 시켜줬다.

'이렇게 쉬울 줄 알았으면 애쓰지 않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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