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헌한 게 없어요

by 김동해

어느 날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자원봉사 센터에서 내게 2025년 5월에 대만에서 열린 세계장년체육대회에 자원봉사한 것에 대해 영예상을 주었으니 받으러 오라는 것이다.

'나는 한 게 없잖아?'

내가 갔던 어느 경기장에서도 한국인 선수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앉아만 있다 왔다.

'봉사활동을 한 일수가 많은 사람을 뽑은 건가?'

상을 준다니 받으러 안 갈 수는 없다. 바빠서 미루고 미뤘더니 또 독촉 문자가 왔다. 2026년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보관을 해준다는 것이다. 찾으러 올건지, 그냥 폐기해도 되는지 물어왔다.

"찾으러 갈게요."

친절하게 교통편까지 알려줬다.

한편으로는 집에서 상당히 멀어서 정말 내키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한 것도 없는데 영예상을 준다니 딱히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아서, 미루고 또 미뤘었다.

가이드 직업 전 훈련을 들으러 가는 길에 오전 3시간 휴강 신청을 하고 드디어 영예상을 찾으러 갔다.

자원봉사자 센터는 신의(信義) 구에 있었다. 자원봉사자 센터 건물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껏 내가 알던 신의구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껏 내가 알던 신의구는 타이베이 101 타워가 있는 곳으로 타이베이의 경제·금융 중심이자 가장 현대적인 도시 구역이었다. 금융회사, 대기업 본사, 외국계 기업, 고급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타이베이의 중심업무지구(CBD)로 모든 건물은 번드르 하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센터가 있던 신의구는 타이베이 101 빌딩 근처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싶을 정도록 건물들이 꾀죄죄했다. 딱 한 곳 산뜻한 새 건물이 바로 자원봉사자 센터가 있던 곳이었는데, 이곳은 광자위복빌딩(廣慈衛福大樓)과 광자 사회주택(廣慈社會住宅) 단지였다.

'사회주택(社會住宅)'이라는 단지 이름만으로 이곳이 복지형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것을 알겠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을 테고, 그래서 이곳에 자원봉사 센터가 있는 것이구나!'

신의구는 대만에서도 집값·임대료가 최상위권인 곳으로, 그 한복판에 사회주택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주거 정의(居住正義)를 상징하는 정책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고 한다. 이곳은 단순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노인·돌봄 관련 공공시설, 의료·재활·커뮤니티 공간, 넓은 공원까지 갖추고 있다.


건물이 워낙 크고 문이 많아서, 서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서문으로 들어가면,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만 양 면쪽으로 2개씩 총 4대가 있었다. 7층에 있는 자원봉사자 센터로 가서 영예상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뭘 받으러 왔다고요?"

"작년에 세계장년체육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저한테 영예상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상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못 알아듣나 싶어서, 핸드폰으로 온 문자를 열어 다시 확인했다.

"저에게 그냥 그 문자를 보여주세요." 남자는 내게 온 문자를 보더니 알겠다며 영예상을 찾아오겠다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학 졸업장을 받을 때 보면, 왜 예쁜 두꺼운 꺼풀 안에 졸업장을 예쁘게 끼워서 주지 않나? 자원봉사 영예상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선물은 없는 거구나 잠시 실망을 했다. 상이라면 당연히 뭔가 기념품쯤도 있을 줄 알았다.

"어떤 사람에게 이 상을 주는 거예요? 저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뭔 공헌을 한 게 없는데 말이죠."

"세계장년체육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 누구에게나 주는 거예요."

'뭐라고요? 나, 멀리까지 이걸 받으러 온 거야?'

그리고는 순간 깨달아졌다. 내가 받았던 문자 속의 '榮譽狀'은 '상'이 아니라, 참가 확인증 같은 것이었음을. 상장은 獎狀이라고 쓰기 때문에, 나는 狀이라는 한 글자만으로도 상장을 뜻하는지 알았지 뭔가.


남자는 그때의 자원봉사자 기록을 담은 간행물을 가져가겠냐고 물었다. 그전에 문자를 받은 적이 있는데, 2025 세계장년체육대회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동 어린 체험담을 투고하라고 했었다. 아마 그 글들을 엮은 간행물인 것 같다.

"가져갈게요."

집에 와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있나 하고 사진만 훑어보면서 후루룩 넘겨 봤다. 글을 투고할 때 사진도 함께 첨부했어야 했나 보다. 개인이 셀카 모드로 선수들과 찍은 사진도 보인다.

'와싸이!' 잡지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에서 내 사진을 하나 발견한다! 간행물에 실린 사진 중에 가장 큰 사이즈로 실렸다.

그날은 아마 샤오쥐딴(小巨蛋)에 유도를 보러 갔던 날이 아닌가 싶다. 같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대만 체육계 종사자들이 많아서 이 사진이 이렇게 크게 실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쩜! 잘 보관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자원봉사자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