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창비, 2023)를 읽었다.
수기일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저자가 섭렵한 정신의학 관련 자료들이 많아 그 내용도 도움이 됐다. 저자가 류마티스내과 교수라서 그럴까, 딸의 병을 이해하기 위해 파고든 내용에 깊이가 있다.
이주현의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감상평을 쓰면서 나도 양극성 장애가 있다는 걸 고백한 적이 있다. 김현아의 딸 한나 씨는 2017년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나 역시 그해에 양극성 장애 2형 진단을 받았다. 나는 2012년부터 주요 우울 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먹다가 조증 삽화 이후 진단이 바뀐 것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진단을 받아서인지, 병세가 악화되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장면들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보호병동 퇴원 이후 다시 입원한 적이 없고 지금은 상태가 좋지만, 그건 그저 운의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책 말미에 한나 씨가 차차 나아지는 모습이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풀타임 직장을 다니면서 번역 일도 하고 있다. 번역은 프리랜서라 매일 규율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일인데, 풀타임 직장에 투잡이라니 어찌 보면 꽤 ‘고기능’인 셈이다. 하지만 2017년의 조증 삽화는 ‘정상’과 ‘광기’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된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뇌와 정신의학에 관한 책을 종종 찾아 읽는다.
세간의 편견 섞인 말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읽어줬으면 한다. 한나 씨가 책 출간에 동의해 준 것도, 김현아가 이 책을 쓴 것도 작은 용기가 아니었을 텐데, 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세간의 편견까지 감당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을 테다.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이 고백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