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핍된 오늘이 만들어낸 환상적이고 절제적인 욕설
하,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은 하필 또 겨울이어서 난리다.
여기저기 껴안고 난리다. 하!
동료 놈은 금연을 하겠단다. 벌써 10년째 똑같은 다짐 지겹지도 않나 싶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아. 아마, 폐가 하나는 떨어져 나가야지 아차, 싶을 거다. 그때가 돼야 움직이는 게 인간 회로의 원리거든. 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야야, 아서라 아서.
너 어렸을 때 방학만 되면 알차게 보내보겠다고 동그랗게 원 그려서 시간표 안짜봤어? 그거 되던? 안되지? 거봐, 안된다니까! 다이어리는 또 왜 샀어? 18년도 다이어리는 그대로 있는 것 같더구먼 아니냐? 꼭 학창 시절 내 수학책 같네. 집합 부분만 지저분하고 나머지는 완-전 깨끗하거든. 네 작년 다이어리도 똑같은데? 앞에만 지저분 하지 뒤에는 새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뭐, 이렇게 까칠하게 구냐고?
글쎄. 29살 먹고 뒤돌아보니까 그렇더라.
뭘 해놓은 게 없어.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근데 그놈의 계획은 나도 엄청 세웠었거든? 엄청 바쁘게 살았거든? 결과적으로 손에 쥔 게 뭐냐 이거야.
세상은 점점 재밌는 거 천지에 내 시간은 그것들을 향해 온전히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지. 그래 놓고 밤마다 자책을 하도 하다 보니 내 자아는 넝마가 되어버렸거든.
왜 못했냐.
이거야, 왜.
그 많은 계획들, 도전거리들. 남들에게 무수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나의 것이 되어보고 싶었던 순간들. 그때마다 피어오르던 열정들 그 모든 것들이 왜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거지. 왜?
이게 다, 용기가 쥐똥만큼도 없어서 그렇다 이거야. 용기 결핍, 자식아.
못 알아듣겠다고? 그래, 한번 대화라도 나눠보자.
춥다. 얼어 죽을,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