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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29. 2019

악어를 가지고 꼭 이랬어야만...했냐..?!

MOVIE DIG : 크 롤



 무슨 악어가 나오는 재난영화 이야기가 영화계에서 슬그머니 떠돌길래 몇 번 예고편을 봤었던 것 같다. 흥미로웠고 '괜찮을 수도 있겠는데?' 라는 마음이 들었다. 상어 만큼이야 하겠냐마는 악어는 공룡의 후손으로 수륙양용 최강의 포식자라고 칭해지는 강력한 동물이기 때문에 긴장감, 급박함은 <샤크> 못지 않겠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제약이 많은 소재이기도 했다.

악어가 출몰할 만한 한정적인 배경이 있어야 하고 그런 상황은 연출해야 한다. 또한 바다 한가운데서 상어를 피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한정적인 배경안에서도 악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많을 것이다. 육지에 올라온다면 인간보다 결코 빠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제작하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거라고 예상했던 영화.

그러나 결국은 까보니 한숨만 나왔던 영화.


 이거 이럴거면 왜 만들었을까?


 <크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일단은 악어다.

그래픽도 괜찮았고 생동감 있었으며 관람평처럼 놀래키는 포인트도 잘 잡았던 것 같다.

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긴장의 밀당을 잘 유지해서 좀더 텐션을 이어가는 부분들이 매력있었다.

상상해봐도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허리케인이 온다고 다 대피했는데 아버지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기껏 집에 찾아가 집 아래 배수관들이 즐비한 곳에서 겨우 겨우 찾아냈더니 그 안에 악어들이 득실득실 하니 말이다. 아쉽게도 아버지는 드웨인 존슨이 아니셔서 악어 뺨싸대기(?)를 때려 기절시킬 수 조차 없을 뿐더러 이미 한차례 공격 당해 다리도 부러지고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나마 주인공의 어드벤티지라고 하면 수영에 능하다는 것인데 물속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악어를 이기기란 쉽지 않아보인다.

충분히 짜릿한 순간들이 가득 펼쳐질 거라 예상이 되지만 생각보다 이 배경의 한정성 때문인지 금새 지루해지고 만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반정도.

영화 <47미터>도 거의 비슷한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상어를 통한 극한의 공포를 일으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다. 짧은 시간에 별다른 교훈 같은 것을 담을 필요 없이 집요하게 상어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상어, 상어, 상어, 상어. 절망 속에서 어떻게 인물들이 그 과정을 이겨내는지 혹은 결국 포기하는지를 지켜보는 느낌이 신선했다.


그러나 악어라는 특수성에 기반한 영화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긴장함의 지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상황을 집요하게 분석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좀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베어그릴스는 아니지만 좀 억지로 상황을 어렵게 만드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데다가 끼워맞추기 식의 흐름들이 군데 군데 보여서 긴장감은 금새 반으로 떨어진다.




 재난 영화의 뻔한 클리셰는 가족의 회복이다.

부모가 자식을 구하거나 자식들이 부모를 구하거나 혹은 한동안 떨어져 지냈고 이혼한 부부사이가 다시 회복되거나. 아무래도 절체절명의 시기에 옆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을 더욱 의지하고 감사하게되는 인간의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크롤> 또한 가족관계의 회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쉽지 않았다는 것.


 짧은 러닝 타임에 보여줘야 될 것은 많고 가뜩이나 공간은 한정적인데다가 서로간의 오해들을 단시간의 대화로 이야기하며 풀어가기에는 전반적으로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악어와의 싸움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면서 긴장감은 빡빡하게 밀어넣고 진행했다면 물론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은 들었을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로는 꽤나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포스터에 빵빵하게 광고했듯이 그저 악어와의 혈투였다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엔딩은 내 생에 최악이었다.

흔히 싸다 만 느낌...이랄까?

앞서도 말했지만 가족간의 회복을 이야기 할 것이었으면 이들이 이후에 어떻게 삶을 이겨내는지

혹은 주인공이 다시 수영선수로서 승리하는지 이런 이야기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응 안돼, 안보여줘, 집에 가." 라고 하 듯 영화는 엔딩크레딧으로 바로 이어진다. 뭐 없다. 구조되고 끝이다. 바로 검은 화면이다.


 몇 안되는 관객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들의 당황스러운 제스쳐와 탄식을 함께 들으면서 속으로 진짜 대박 엔딩이라고 곱씹었다. 불친절함의 끝판왕이었다 랄까.


 어찌 되었건

시간 순삭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다.

안타깝게도 경쟁 작품이 <겨울왕국2> 이기 때문에 크게 빛을 받지는 못할 것 같고 또 얼음 왕국의 여왕님을 이길 만한 힘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 내 온전한 느낌이다.


 악어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신선하지 않았던

누구도 두번은 보지 않을, 찾지 않을 영화 <크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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