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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01. 2020

RE-WRITE : 여행의 이유 #5


Chapter 5.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일본의 한 코미디언이 비싼 포르셰를 샀지만 막상 자기가 운전을 해보니 포르셰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친구에게 포르셰를 운전하라고 시킨 뒤 택시를 타고 따라갔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그가 택시 기사에게 저기 가는 저 포르셰가 자기 차라며 정말 멋지지 않느나며 자랑을 하자, 택시 기사는 어이없어하며 그런데 왜 택시를 탔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보 아니세요? 내 차에 타면 포르셰가 안 보이잖아요?'" - 102p




황당한 이야기 이다.

비싼 돈 주고 산 포르셰의 "외형"을 보기 위해서 다시 돈을 주고 택시를 타 그 뒤를 쫒았다라는 것이.

아마 어떤 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의 웃음을 샀을 것이다. 말하고 있는 사람의 직업이 코미디언이기에 상황이 더 상상이 간다.

박장대소까지 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우리는 빛나는 것들을 원한다. 사실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보석을 모은다는 까마귀들처럼 내 눈에 빛나는 것을 원하기 보다는 타인의 눈을 통해 빛나 보이는 것을 원한다. 내가 산 내 포르셰는 내가 보니 빛이 나지 않아서 타인의 시선을 빌려 보는 것이다. 도로 속에서 굉음을 내며 멋들어지게 달리는 포르셰의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과 거리의 사람들의 시선과 택시 기사의 반응과 내 만족스러움이 함께 어우러져 포르셰는 차라는 가치에서 벗어나 빛나는 성공 언저리의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포르셰를 운전하는 주인의 모습이 아니라, 포르셰에 메어져 있는 노예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의 만족 최고치에 달해 있는 것이다.


내 마음에도 "포르셰"가 있다. 수도 없이 바뀐다. 보다 가치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오늘을 뛰는 나의 삶 속에 포르셰는 걸음을 멈추게도 한다. 넋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시잘데기 없는 비교를 하는 것이다. 내 말도안되는 "차"와 같은 차인 "포르셰"를 말이다.


이 문맥이 책의 내용에서는 내 해석과는 다른 방향으로 풀어나가지만 내 시야에는 이 문단이 콕 하고 박혀서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다가 뜬금없이 걸음을 멈춘 어떤 이상한 사람의 뒷모습처럼 멈춰져 있었다. 포르셰. 지금 내 포르셰는 또 무엇으로 바뀌었을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것은 내가 모든 여행에서 택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 109p




챕터의 내용은 대부분 김영하 작가의 알뜰신잡의 촬영과정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각기 다른 곳에서 각자만의 여행의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대화하는 그런 프로.

개인이 경험한 여행을 서로 대화로서 간접경험하고 또 모든 과정이 한시간 반 여의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스크린 속 어색한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대화로만 들었던 여행의 순간들을 영상을 통해서 한번 더 보게 되는 꽤나 독특한 경험을 했던 순간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여행에도 여전히 현재에 집중한다.

지독한 여행 중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현재에 기대는 것이다.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여행을 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우려한다.

여행은 가고 싶은데 돈이 얼마니, 시간은 또 어떠니

나도 그랬다. 작년까지만해도 미국에 가고 싶다는 호기로운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하는 일이 발목을 잡는다.

주변에서는 일주일 가지고는 택도 없다며 이미 경험조차 해보지 않는 나의 미국행의 결론을 아쉬움으로 지어 버린다. 돈이 아깝다고 한다. 일주일 비행기 값을 생각하게 된다.

숙박은 또 어떤가? 아직 여권은 만들지도 않았다.

결국 누군가 나에게 미국은 왜 안갔다고 물어보면

나는 또 구구절절 이래서 저래서 핑계만 댄다.

미래가 나의 현재를 기가 막히게 발목잡아 버린 것이다.


좀 더 훈련이 필요한 걸까.

집요하게 내일을 고민하는 나의 삶은

오늘도 아쉬운 현재를 보내며 밝을 내일을 무의미하게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두드림으로 현재를 살아가려 노력한다. 포기할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리며 말이다.




"탈 여행은 믿을 만한 정보원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 113p




정보원이 넘치는 시대다.

뭐든지 검색, 요즘은 유투브가 네이버 검색보다 월등한 검색 엔진의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세상 어디든 정보원들이 대신 여행을 다녀준다.

그러다보니 다들 심사 숙고를 하는 것 같다.


여기 가면 이걸 해야되

저길 가면 저걸 해야되

마치 그게 정답이 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무전여행을, 누군가는 배낭 여행을 가는가 보다.

그 조차도 알아보고 가는 사람들이 태반이겠지만


어디 없나.

요즘은 오지도 베어그릴스, 각종 네셔널 프로그램에서 생존 방법까지 리뷰해주는 시대인데.

진짜 아무것도 없이

누구의 정보도 없이

정보원이 존재하지 않는 여행지.

하기야, 내가 그런 곳을 갈 용기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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