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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12. 2020

RE-WRITE : 여행의 이유 #7


Chapter.7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 138p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전에 이야기 했듯이 나그네의 삶에서 지구는 또 하나의 여행지일 것이다.

물론 몇개의 여행이 더 남았는지, 아니면 지구의 여행이 마지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환영으로 겨우 이 삶이라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과정과 결과를 정하지는 못해도

또 이 여행의 시작의 선택권 역시 내 손안에 없었다 하더래도

우리는 결국 지구라는 한정적인 공간 속에서 그것도 작게 할애된 이 땅 속에서 산다.


행복할지, 기쁠지,

슬플지, 괴로울지 모른다.

그냥 기겁하게 울어 재끼며 지구라는 별에 찾아온 우리는

가끔 마음 속으로 기겁하게 울어 재낄 줄 아는 어른이 되어서 여전히 여행중이다.

누군가는 이렇듯 삶을 여행이라고 비유하고

삶을 드라마라고 비유하며 마라톤이라고도 한다.

하나 뿐인 소중한 것이기에 그 어떤 것에 비교해도 다양한 의미로 또한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은

여행의 시작이 모두의 환대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자꾸만 눈길을 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떠 했든 환대 속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이만큼 커서

또 다른 누군가를 환대하며 지구라는 별 여행의 시작을 반겨 주겠지.




"저자는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그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황하는 그녀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 146p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현지인들이 두려울 수도, 고마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경계의 마음을 우선 가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와 같이가면 좀 덜하겠지만, 혼자가면 더욱 그렇다.


혼자 떨어져 버린 공간에서 경계 가득 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하더래도 나에게 환대해주는 다른 언어, 다른 색깔의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오래 전 부터 정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는 알수 없는 자부심이 있었고 같은 나라 국민 끼리의 정이 필요했다.

오죽하면 초코파이도 정으로 통하는 시대였으니 말이다.

시장에 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어려움에 싸여있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우리는 정이라는 마음을 기반으로 돕고 보듬었다.

최근에야 각자의 삶이 중요해지면서 이런 정이 통하는 문화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외국에도 이런 정이 있다. 할머니가 보여줬던 순환. 정의 순환 말이다.


인류는 다양한 방면으로 진화했지만 도덕의 기준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불가침하기로 마음에 두었다.

이 연약한 불가침 조약은 암묵적이면서도 얄궂어서 선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근대에는 보이지 않는 조약의 힘으로 여행객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


믿음이다.

경계하면서도 믿는다.

저들이 나를 환대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그곳에서 그들이 우리를 힘겹게 하지 않을 거라

은연중에 믿는 것이다.

이 믿음이 확신이 되는 순간.

우리는 '정'의 순환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이제는 순환의 고리를 받아 들이고 또 한번 다른 사람에게 고리를 연결 시켜 주는 것이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좋다. 현재 사회에서 기억에 남는 순환의 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간다면

대한민국에 흐려졌던 '정'의 향기를 다시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할머니처럼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 보자.


"에이, 됐어. 다른 사람에게 지금 처럼 행동해준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해."


내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참, 잘 살았다. 싶다. 나의 여행은 오늘도 성공했다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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