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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15. 2020

RE-WRITE : 여행의 이유#9


Chapter.9 여행으로 돌아가다


"어린 날의 내가 경험한 갑작스런 이주들.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반복된 이별. 나는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친구들의 부족함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법, 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법,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몰랐다.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헤어질 테니까. 잦은 이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부모는 자신들의 삶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 201p




"어린 날의 내가 경험한 갑작스런 이주들.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반복된 이별. 나는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친구들의 부족함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법, 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법,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몰랐다.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헤어질 테니까. 잦은 이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부모는 자신들의 삶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 201p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갑작스러움에 굉장히 익숙했던 것 같다.

참 많은 이사를 다녔고 언제나 갑작스러움은 나의 몫이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군인이었기 때문에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던 것 같이 나 역시도 같은 환경이었다. 어쩌면 단 한번도 부모님께 어렵다, 힘들다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머릿속을 스치곤 한다.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부모님에 대한 자연스러운 순종이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나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죽을 정도로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몇일의 고난이 있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 주변에는 즐거운 사람들이 함께 했고 무리가 생겼으며 그들과 함께 많은 유대를 나누었다.

관계를 가지고 다지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웠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혼자가 되지 않았고 십대의 사회에서 많은 추억들을 남길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늘 이러했다. 직장은 벌써 세번이나 이동을 해 갔고 지역도 세번이나 바꾸었다. 전부 처음 가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또 다른 추억들이 쌓여간다.

학생때 처럼의 치열함은 갖지 않았을 지언정 어느정도의 관계 속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나 역시 저자 처럼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고자 하는 마음을 크게 가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은 있었다. 또 내가 항상 크게 배려를 해주어서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가지게 한 뒤 그 미안한 감정을 이용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나만의 관계적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일했던 것은 부모님께 이런 방법들을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으며 부모님 역시도 그럴 겨를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지금은 이런 경험들이 좋기도, 싫기도 하다.

더 많은, 깊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지 못했다는 아쉬움, 항상 착한 사람, 배려 넘치는 사람이어야만 했기에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내 스스로의 프레임 혹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나와 코드가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순식간에 찾아내는 눈치, 어디든 살아남을 것 같다는 많은 사람들의 인정까지.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것은 여행 처럼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어서.

이런 삶의 경험들이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냈지만

굳이 두번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어서 오늘도 미래를 고민 고민, 그려본다.




"그렇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 203p





일상의 부재를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일상에 찌들어서 나를 놓치기 전에,

내가 어떤 부속품이 되어서 삶이 돌아가지게 되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다른 곳에서 다른 향기를 느껴보고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고

다른 곳에서 다른 감각을 익히며

우리는 일상의 부재를 자유로이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오늘의 만족이 내일의 행복으로 이어지듯

나의 삶 역시 부재라는 부정적인 단어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무거운 사실을

우리는 여행 속에서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여행의 이유를 천천히 읽어 내면서

내 삶은 어느새 일상 속의 반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안된다라는 말이 늘었고

도전은 멀어졌으며 성과 없는 한해 달력이 늘어간다. 자책하고 비난하고 힐난하며 나를 키워갔었는데 결국은 막힌 수쳇구멍에 물만 들이붓는 겪이었다. 용기는 쓸수록 커지는 거라는데 내가 가진건 주방의 그릇들 뿐이어서 마음 속에 용기는 어느 샌가 텅텅 비었나 보다.


책이 준 작은 용기가 여행의 시발점이 되어서

나는 오늘밤, 저멀리 유럽으로, 저 멀리 아메리카로 떠나본다.

아니, 조금 가까이 부산으로, 광주로 떠나본다.


올해는 좀 더 많은 걸음을

가뜩이나 작은 대한민국에 더 작은 내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디뎌 보련다.


당신도 함께 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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